최초입력 2025.01.23 21:00:00
‘젖은 낙엽’의 시대
대잔류(Big Stay) 시대?
알 듯 말 듯 하다. 이런 때 비슷하게 떠올릴 법한 단어가 있다. ‘Great Resignation(대퇴사)’. 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달라진 노동 트렌드를 반영한 단어다. 2021년 당시 기존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나 더 나은 기회를 찾으려는 현상을 뜻했다. 반면 대잔류는 경제적 불확실성과 안정 추구 욕구로 인해 현재의 직장과 생활 방식을 유지하려는 현상을 뜻한다. 냉온탕처럼 불과 2~3년 사이에 우르르 퇴사 행렬하던 유행이 ‘젖은 낙엽처럼 회사에 붙어 있겠다’ 주의로 바뀐 셈이다. 미국에서 시작한 확연히 달라진 인사(HR) 트렌드다. 이는 새해 국내 노동 시장에도 자리 잡을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다.
대잔류 시대 부각 왜?
美 빅테크 구조조정에 ‘깜짝이야’
용어의 발상지는 미국이다.
팬데믹 시기 노동 시장은 기술 발전, 원격 근무 확산과 같은 변화로 기업 간 ‘인재 모셔가기’ 열풍이 불었다. 특히 고연봉 노동자 입장에선 골라가며 회사를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선택지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바짝 벌고 은퇴하자’ ‘좀 더 조건 좋은 곳으로 가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더불어 젊은 직원 중심으로 ‘워라밸’ 중시 문화도 확산됐다. 이른바 ‘대퇴사’ 시대 배경이다.
하지만 상황은 얼마 안 가 180도 바뀌었다. 최근 경기 둔화 우려와 각 기업의 채용 축소 여파는 노동자에게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보다 현재 직장을 유지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신호를 줬다. 높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주식 시장의 변동성 등도 각 노동자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즉 ‘꼭 내야 할 돈’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많은 이가 주택 구매나 이사 같은 큰 결정을 미루고 현재의 주거지와 직장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2023년 맥킨지와 딜로이트의 ‘Big Stay(대잔류)’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60% 이상이 “현재 직장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응답했다. 경제적 안정성(45%), 팀·동료와의 관계(30%) 등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MZ세대 보고서(2023년 5월)’에서도 “새로운 직장을 찾기보다는 현재의 직장에서 직무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는 응답이 70%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 중 50%는 경기 침체 우려가 주요 요인이라고 답했다.
이런 분위기는 단순히 노동 시장뿐 아니라 주거지 선택, 소비 습관, 생활 방식 등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내 주거 이동률은 9%로 197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이사를 덜 간다는 말이다. 이는 높은 주택대출 금리와 함께,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할 경우 발생할 추가 비용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컨설팅 업체 PwC는 “빅스테이(Big Stay)가 소비 습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많은 소비자가 해외여행이나 고가의 사치 소비를 줄이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고 분석했다. 홈 엔터테인먼트, 가구, 주방용품 판매 증가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도 “대잔류 트렌드 온다”
기업 49%는 “올해 긴축 경영”
미국에서 시작된 대잔류(Big Stay) 트렌드는 글로벌 경제와 노동 시장 전반에 걸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가 한국 노동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까.
인사조직 전문 컨설팅 기업 네모파트너즈POC는 최근 ‘2025년 HR 인사이트’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에서도 “대잔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모파트너즈POC가 대잔류 시대를 전망한 이유는 미국의 구조적 변화와 유사한 양상이 한국에서도 펼쳐지고 있어서다.
최근 한국 역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여파를 여실히 맞고 있다. 대·중견·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긴축 경영을 확대하는 기업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9.7%가 새해 경영 기조를 ‘긴축 경영’으로 설정했다고 답했다. 삼성전자와 SK그룹 등 대기업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조직 효율화를 단행하는 등 대기업의 61%가 긴축 경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업종을 불문하고 국내 굴지 대기업들이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통한 슬림화, 사업 매각, 희망퇴직 등이 시행됐다.
삼성전자는 호주와 싱가포르 등의 자회사 영업·마케팅 직원 15%와 행정 직원 30%가량을 감축할 방침이다. 이미 인도와 남미 일부 법인에서 10% 수준의 감원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는 중국 광저우 공장을 중국 차이나스타(CSOT)에 매각했고, 2019년 이후 5년 만에 사무직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생산직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SK, 롯데, 신세계그룹 등도 사업 매각, 임원 교체, 승진 최소화 등을 통한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에 나서는 상황이다. KT는 현장직 희망퇴직을 진행해 전체 인력의 6분의 1에 달하는 2800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근로자 입장에서는 새 직장을 구할 길도 확 좁아졌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조사한 지난해 하반기 채용 동향에 따르면 대기업 103곳 중 채용을 확정한 곳은 35%다. 지난해보다 43.8%포인트나 감소했고 2014년 이후 실시한 채용 동향 조사 중 최저치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하반기 채용도 줄었다. 중견기업 117곳 중 채용을 확정한 곳은 50.4%로 지난해 대비 4%포인트 감소했다. 중소기업 588곳 중에서도 채용을 확정한 곳은 전년보다 10.6% 줄어든 47.4%에 그쳤다. 채용 시장이 축소돼 어쩔 수 없이 대잔류를 택하게 되는 인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 채용 문이 좁아지다 보니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15만9000명 증가했는데, 이는 전년 증가폭인 32만7000명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권능오 율탑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국내 경제 상황이 불안정할수록 사람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이에 따라 새로운 직장을 탐색하거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현재의 직장에서 머무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들려줬다.
대잔류 시대 기업 대응은?
기업도 직원도 ‘밸류업’ 필요
물론 대잔류 시대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잔류 시대에 기업은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수행 업무에 숙련된 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박진우 리멤버 최고운영책임자(CSO)는 “근로자 입장에서도 과열된 경쟁에서 벗어나 익숙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속도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잔류 시대에는 인력이 순환되지 않고 정체돼 내부 구성원에게 성장 동기(Vision)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고연령·고연차 인력이 많을수록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경직된 조직 문화와 반복적인 업무 탓에 권태감이나 정체감을 느끼기 쉽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아 동기부여가 어려운 경우에는 기업 생산성이 개선되기 힘들고 상당한 비효율을 감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네모파트너즈POC 보고서는 대안으로 잔류 직원을 대상으로 ‘밸류 드리븐(Value-Driven·가치 중심)’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장인의 대잔류를 단순히 ‘젖은 낙엽’으로 볼 게 아니라 ‘가치 중심 조직 응집력 확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쉽게 말해 본인이 익숙한 곳에서 역량을 향상시키고, 전문성을 강화해 조직 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 비전을 찾아가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실천 사례엔 뭐가 있을까.
IBM 사례가 대표적이다. IBM은 미국에서 대잔류 트렌드를 감지, 디지털 혁신을 통해 단순 업무를 로봇이 처리하게 하는 대신 이 시간에 직원들은 높은 가치 업무에 집중하도록 했다. 챗봇 ‘AskHR’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통해 임직원은 간단한 인사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월차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챗봇을 통해 확인하고 신청하는 데 2~3번의 클릭이면 끝이다. 팀장은 이를 통해 다양한 팀원 인사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IBM은 성과 보상 시스템도 개선했다. 이전까지 IBM은 성과에 따른 고과 등급에 따라 급여 인상 여부를 판단했다. 대잔류 시대에는 여기에 더해 회사 전략에 부합하는 개개인의 스킬(자격증, 해당 분야 실전 경력 등)이 어느 정도인지, 또 이 능력이 여타 직원 대비 얼마나 희소한지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성과 보상 시스템을 짰다. 일명 ‘스킬 기반 보상 전략’이다.
김석집 대표는 “마치 각 국가가 전략물자·자원을 파악하고 관리하듯이 잔류인재의 잠재력과 스킬을 관리하며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바로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이들 인재가 신사업 투입 후 성과를 냈을 때를 반추해 계속해서 스킬 기반 보상 전략을 업데이트하면 자연스레 다른 직원도 회사 전략 방향에 맞는 스킬을 연마하고 자기계발을 하는 회사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근무 역량 증진을 위한 체계적 HR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회사 비전과 전략에 맞게 세분화된 과업 단위, 사업상 필요 스킬과 직원 개개인의 스킬 데이터를 HR 시스템 내에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최영미 이화여대 특임교수는 “구성원 근속연수나 연령에 따라 인력을 운영하기보다는 각 직무 가치와 역할, 책임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좋다”며 “이후 각 구성원이 맡은 직무 가치와 성과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경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과가 높은 핵심 인재가 잔류하게 하는 장치도 필수다. HR 학계에서는 이를 위해 수평적 임금 격차, 투명한 보상 체계 명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수평적 임금 격차 제도란 같은 과장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A씨는 연봉 8000만원, B씨는 6000만원 식으로 임금 격차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수평적 임금 격차와 고성과·저성과자 이직률의 관계(2021년, 천장현)’란 한양대 박사논문에 따르면 ‘수평적 임금 격차는 고성과자가 잔류하는 기반이 되고, 저성과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근무 효율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라고 돼 있다. 논문 작성자인 천장현 머서코리아 부사장은 “여기에 더해 고성과자 잔류를 위해 단기 성과만 추구하지 않고 조직에 장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RSU(성과조건부주식) 등 핵심 인재가 오랜 기간 회사에 남을 수 있는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잔류 시대 계속될까
AI 분야는 언제든 대퇴사 전환 가능
이런 대잔류 트렌드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언제든 양상은 바뀔 수 있다. 강성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분간 경기 침체 여파로 대잔류 시대를 유지하겠지만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대잔류 시기를 기업 특유의 지식을 축적해나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건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로봇과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고는 해도 로봇·AI 수요 증가와 함께 인력난이 심화될 업종도 있다”며 “대잔류 트렌드는 언제든 ‘대퇴사’로 역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업종은 다시 대퇴사 현상이 포착되기도 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AI나 반도체 분야처럼 투자금이 몰리고 글로벌 인재 수요가 높은 분야는 잔류보다 이직이 더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직장인들은 ‘대잔류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직장인 상당수는 여전히 퇴사를 꿈꾼다. 다만 경제 불확실성을 우려해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에 의뢰해 1월 7~9일 직장인 1056명을 대상으로 이직 계획 여부와 대잔류 시대에 대한 생각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향후 6개월 내 이직 계획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직장인 응답자의 40.5%가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으나 적극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이직할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는 14.4%다. 직장인의 절반 이상(54.9%)은 당장 이직을 실행에 옮기기보다는 잔류(Stay)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이직을 원하면서도 현 직장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45.4%가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 보장’이라고 답했다. 이어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38.2%)’라는 답변이 많았다. 콕 집어 경제적 불확실성이 현 직장에 머무르는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을 땐 72.9%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또는 어느 정도 그렇다)’고 응답했다.
물론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여전히 퇴사를 꿈꾼다. ‘이직을 적극적으로 계획 중’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0.4%다. 응답자들은 주로 ▲더 높은 연봉과 복지 혜택(64.2%) ▲경력 개발이나 더 나은 업무 기회(40.2%) ▲업무 강도 등 근로 환경 개선(29.1%)을 목적으로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다. 이 통계만 놓고 보면 퇴사 희망자가 많아 보이지만 직장인 963명 중 82%가 ‘퇴사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던 2023년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퇴사를 계획 중인 직장인 비율이 크게 줄었다.
또 최근 나타나고 있는 ‘대잔류(Big Stay)’ 현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0.9%)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번에도 경제적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근로자의 경력 발전을 저해할 수 있어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9.3%에 그친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지난해 초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 담당자(대·중견·중소기업 회원) 7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년 HR 이슈’와 일맥상통한다. 당시 조사에서 기업 인사 담당자 상당수가 앞으로 신입 채용은 더 위축되고, 재직자는 퇴사나 이직을 자제하고 한 직장에 오래 머무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슈는 ‘신입 채용 감소(28.9%)’와 ‘경력직 리텐션 현상(23%)’이었다. 리텐션(Retention) 현상이란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신입 취업뿐 아니라 경력직 이직도 어려워져 재직자들이 퇴사나 이직을 자제하고 재직 중인 회사에 오래 다니려는 현상을 말한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리텐션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네모파트너즈POC는 최근 ‘2025년 HR 인사이트’를 통해 ‘대잔류(Big Stay)’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대잔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에게 조언을 물었다.
Q. 불황과 함께 찾아온 ‘대잔류’ 트렌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 불황이라고 해서 과거처럼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기존 인력을 잘 유지하고, 유지한 인력의 역량을 계발(Value-up)해 다가올 성장의 시기(Growth-turn)를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Q.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면.
A. 우선 모든 기업 구성원이 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기업가치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대잔류 시대는 조직 결속력을 강화하고 변화에 필요한 추진력을 확보할 좋은 기회다. 다음으로 외부 인력을 확보하기보다는 내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활용해야 한다. 인력을 양적으로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인 필요 역량을 정의하고 확보할 때다. 기억할 점은 소수의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포괄적인 인재 보유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팬데믹 기간에 입사해 몰입도가 낮을 수 있는 인력이나 직급 통합 추세 영향으로 오랜 기간 집체 교육을 받지 못한 인력 등을 큰 틀에서 재사회화해 조직 내 역할에 대한 몰입을 강화해야 한다.
Q. 대잔류 시대, 근로자는 어떻게 대응할까. 경기가 나아지면 ‘대퇴사’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까.
A. 기업들은 당분간 보수적 관점으로 인력을 관리하겠지만, 향후 핵심 인재뿐 아니라 인력 대부분에 대한 관리도 체계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 구성원이라면 다른 기업으로 이직해 커리어를 성장시키기보다는, 본인이 익숙한 곳에서 역량을 향상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조직 내에서 성장 비전을 찾는 모습이 유리할 것이다. ‘대퇴사’ 시대는 AI처럼 세상을 바꿀 만한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다시 나타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수호·정다운·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4호 (2025.01.22~2025.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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