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11.22 11:15:31
대한민국은 지금 축제로 넘쳐난다. 전주에선 비빔밥이, 횡성에선 한우가, 광주에선 김치가 잔치를 벌였다. 천고마비의 계절. 11월에만 20개가 넘는 음식 축제가 열렸다. 전국이 우리를 살찌우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맛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빨간맛’이다. 빨간 고추장의 중심지인 전북 순창은 축제로 ‘떡볶이’를 골랐다. 떡볶이와 순창의 직접적 연관성은 크지 않지만 고추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음식으로 떡볶이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순창 코리아 떡볶이 페스타는 순창발효관광재단이 주관하고 순창군이 후원했다. 올해 방문객 약 4만명. 첫해 2만3000명에서 두 배 가까이 늘며 높은 인기를 입증했다.
한식 가운데에서도 떡볶이만큼 유행에 민감한 음식은 드물다. 마라떡볶이부터 최근엔 말차떡볶이까지, 종류가 끝도 없다. 이번 축제에서는 순창읍을 포함해 적성·구림·쌍치·복흥·동계·인계 등 순창군 1읍 10면이 모두 참여해 각기 다른 떡볶이를 선보였다. 된장떡볶이, 토마토떡볶이 등 지역의 농산물과 개성을 담은 메뉴들이 등장했다.
김강님 적성면 생활개선회 회장은 “토마토를 넣어보자는 의견이 있어 지역 토마토 농가와 연결해 토마토 떡볶이를 만들었다. 과일로 단맛을 넣으면 좋을 것 같아 배도 곁들였다. 준비 과정에서 레시피를 5~6번 정도 바꾸면서 계속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순창(읍.면)떡볶이 각 부스는 서로 다른 전통고추장민속마을 고추장 업체와 협력했다. 현수막에 고추장 원산지를 표시해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한 점도 돋보였다.
목포에서 온 이경진씨는 “인쟈 다 똑같은 고추장으로 만들어서 맛이 거기서 거기일 거라고. 저희도 그런 의심은 했었어요. 근데 먹어보니까 약간 맛이 다 다르더라고. 이렇게 많은 떡볶이를 맛볼 수 있다는 게 인쟈 좀 색다르죠. 근데 로제떡볶이 요것은 덜 매워서 상대적으로 맛이 좀 떨어지게 느껴지더만. 그래도 다 맛있습니다”고 맛을 평가했다.
광주에서 사촌 동생과 함께 방문한 최서원(11) 군은 금과면의 ‘눈꽃떡볶이’를 두고 “새콤하고 달달하면서 쫄깃하고 맛있어요. 엽떡은 좀 겁나 매운데 여긴 어린이들도 먹기 좋게 만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다만 ‘떡볶이 축제’라는 이름에 비해 전문 떡볶이점의 참여는 적었다. 28개의 떡볶이 판매 부스 중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떡볶이 전문점 부스는 3곳뿐이었다. 아딸·걸작떡볶이 등 프랜차이즈가 5곳 참여했지만 전통 떡볶이집의 참여는 부족했다. 일부 방문객은 “떡볶이는 다양했는데 전문적인 떡볶이집 적어서 아쉬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올해 순창 떡볶이 페스타는 바가지요금·민원·고액 초청가수·쓰레기·의전이 없는 ‘5무(無) 정책’을 내세웠다. 대신 주체·정체성·콘텐츠·친절·맛과 공감대를 강조한 ‘5유(有) 정책’을 걸었다.
떡볶이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다. △미션 런 ‘달려라 떡볶킹’ △‘떡볶이 대첩’ △레이먼 킴 셰프가 참여한 파인다이닝 ‘I’m Fine 떡볶이’ △안유성 셰프의 ‘떡볶이 연구소’ 등 다양한 콘텐츠로 축제를 채웠다. △DIY 밀키트 △AI 캐릭터 만들기 △추억의 포토존 △페이스페인팅 △줄줄이 떡볶이 열차 등 어린이 방문객을 위한 상시 프로그램도 인기였다. 토요일에는 순창군수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떡볶이 플래시몹도 펼쳐졌다.
용인에서 온 황성영씨는 “제가 떡볶이를 좋아해서 친구들 데리고 왔다. 작년에 못 와서 궁금했는데 오늘 와보니까 주차 관리나 떡볶이 부스가 많이 발전한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첫날에는 온라인 할인 쿠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기술적 오류가 있었다. 온라인 쿠폰과 종이 쿠폰이 혼재하는 걸 막기 위해 3시경부터 온라인 쿠폰 등록을 막기도 했다.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각 부스에 지류티켓만 사용 가능하다고 알렸지만 갑자기 막힌 온라인 등록에 쿠폰 사용을 못 한 방문객도 있었다.
선윤숙 순창발효관광재단 대표는 “순창 코리아 떡볶이 페스타는 순창 고추장을 브랜딩하고 장류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된 축제다. 내년에는 더 풍성하고 정체성 있는 축제로 준비하겠다. 순창 장류산업과 관광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순창(전북) =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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