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16 17:43:41
과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짧은 꽁트쇼 ‘행쇼’가 있었다. 코미디언 정형돈 씨가 연기한 ‘청개구리 사나이’는 뭐든지 반대로 하는 콘셉트로, 의상도 다 반대로 착용한 데다 사회자가 “정형돈 씨, 나와주세요~”하면 “아니! 안 나갈 건데?!”하고 버틴다. “이름이 정형돈 씨죠?” 하면, “아니! 정형돈 아닌데? 김형돈인데!” 하는 식이다.
삶의 굽이굽이에서 우리는 자주 힘에 부치곤 한다. 그럴 땐 우리도 정형돈 씨처럼 ‘청개구리’ 콘셉트가 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아무리 애를 써봐도 내 상식선에선 도통 누군가가 이해가 가지 않아 답답하고,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막막하고 힘이 들 때. ‘어떻게든 이해해야 한다’에 사로잡히는 게 아니라, ‘꼭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대로 뒤집어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잖은가, 세상에 널린 게 사람이고 저마다 생긴 것, 자라온 것, 생각하는 것이 다른데 어떻게 내가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누구든 끝내 이해 못할 사람 몇 명 정도는 생기기 마련이고, 그중 한 명이 안타깝지만 지금 날 힘들게 하는 그(녀)일 뿐.
이와 비슷하게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커 불안하다 못해 가슴이 막 터질 것 같고 그저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힘이 들면, 거꾸로 ‘조금 못해도 돼’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조건 잘 해내야지, 안 그러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다’는 (과잉된)무거움은, ‘잘하면 좋고 안 되어도 어쩔 수 없는’ 가벼움으로 축소되어 자신이 감당할 만한 사이즈가 된다. 그럴 때 오히려 여유가 생기고 사고도 유연해지기 때문에 대응력이 좋아져 결과도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모든 것들은 일종의 리프레이밍(Reframing), 즉 기존의 사고 틀(Frame)을 바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해당한다. 보통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에는 ‘~해야 한다’는 당위적 사고나 절대 실패해선 안 되고 반드시 잘 해내야만 한다는 완벽주의적 사고가, 사랑과 인정에 대한 높은 갈망과 한데 섞여 상황을 더 극단적으로 몰고 가 부담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이때 생각 틀을 반대로 틀어보면, 그 틈으로 가벼운 환기가 이뤄지고 다른 측면으로의 생각 전환도 이뤄진다. 그러니 내가 요즘 어떤 일로 너무 힘들다면? 청개구리 콘셉트를 적용해보자.
[글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저자)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4호(25.06.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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