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13 14:56:03
일본 에토 농림수산상이 지난 5월 21일 경질됐다. “나는 쌀은 산 적이 없다. 지원자분들이 쌀을 많이 주신다. 집에 팔 정도로 있다”는 발언에 “쌀값이 급등해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배려 없는 발언”, “국민 정서를 거스르는 무신경한 발언” 등 비난 여론이 쏟아진 것. 최근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의 쇼핑 목록에 이제 쌀은 필수품이 되었다.
일본의 ‘쌀값 폭등 현상’이 거의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쌀을 주식으로 하고, 벼농사 또한 기계화로 잘하고 있던 일본이 ‘쌀 부족’에 빠진 것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쌀 부족에 따른 쌀값 폭등 현상으로 5월 초 일본의 쌀 소매가는 5㎏ 평균 4,268엔(약 4만 1,100원)으로 1년 전(2,088엔)보다 2배가 올랐다. 해서 일본 국민들은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점심은 빵이나 국수, 학교 급식 역시 쌀 대신 빵이 나오고 음식값 역시 오르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의 쇼핑 목록에는 쌀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6일 한 일본 여성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이 15일 만에 12만 건 이상 조회되었다. 이 영상은 여성이 쌀 2㎏을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가져가는 과정을 담았다. 그는 쌀을 사 인천공항에서 ‘동식물 수출·검역’ 서류를 작성하고 증명서를 받는 내용을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이 SNS에 ‘이번 한국 여행의 미션, 서울에서 쌀을 사서 돌아가는 것’, ‘근육 트레이닝, 쌀을 사서 일본으로 가다’ 등 한국에서 쌀을 구매한 과정, 후기를 많이 올리고 있다.
이는 한국 마트의 쌀 평균 소매가가 10㎏ 2만 9,782원으로 일본에 비해 1/3 수준이고, 게다가 한국 쌀이 ‘값이 싸고 맛이 좋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해서 올해 1990년 이후 35년 만에 한국 쌀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런데 ‘쌀 자부심’ 남달랐던 일본에 왜 쌀이 부족할까? 가장 큰 원인은 2023년 여름 폭염으로 쌀 작황이 좋지 않았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일본의 1년 쌀 소비량은 700만 톤 정도로, 한 달이면 60만 톤 규모이다. 해서 일본 정부는 현재 한 달에 약 20~30만 톤의 비축미를 풀고 있는데 이것이 소비자에게 닿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소매점에 도달한 비축미는 426톤으로, 풀린 비축미 14.2만 톤의 0.3%밖에 안된다. 중간에서 누군가 사재기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쌀 부족의 원인 중 하나는 ‘감반 정책’이다. 이는 쌀값 붕괴를 막기 위해서 정부가 매년 생산량을 정해서 지자체별로 배분하는 것. 쌀을 경작하다가 다른 작물로 전작하면 보조금을 주었다. 해서 쌀 경작 농가가 2005년 약 140만 호에서 2020년 약 70만 호로, 쌀 생산량은 906만 톤에서 776만 톤으로 줄었다. 여기에 일본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까지 겹쳐 쌀값 폭등이 일어난 것이다.
일본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도 교훈을 얻는다. 쌀은 결국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아닐까.
[글 정유영(칼럼니스트)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4호(25.06.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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