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웬 영국…‘갸우뚱’했던 호텔 30년 버텼더니 ‘헤리티지’ 됐다

설악산에 웬 영국…‘갸우뚱’했던 호텔 30년 버텼더니 ‘헤리티지’ 됐다

최초입력 2025.05.04 06:44:40

설악산국립공원 내 위치한 켄싱턴호텔 설악. 호텔 정면으로 설악산 권금성이 보인다. / 사진=이랜드파크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다. 요즘 MZ들은 촌스러움의 대명사 체리 몰딩을 ‘빈티지’ 유럽 감성 인테리어로 되살려냈다.
세월 묻은 것 그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부러 옛 정취를 느끼기 위해 시간 내고 돈 들여 떠난다.
국내외 MZ 여행객에게 소소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호텔이 강원도 설악산국립공원 내에 있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봤다. 주인공은 바로 켄싱턴호텔 설악이다.
# 올해로 30주년, ‘헤리티지 호텔’로 우뚝 선 이곳

설악산국립공원 내 위치한 켄싱턴호텔 설악. 호텔 정면으로 설악산 권금성이 보인다. / 사진=이랜드파크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켄싱턴호텔 설악은 이랜드가 호텔 사업을 시작하면서 첫선을 보인 곳이기도 하다.
시니어 여행객은 이곳에서 설악산 수학여행 추억을 떠올리고 MZ들은 결혼 스냅 사진을 찍으러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켄싱턴호텔 설악을 찾는다.
여기에 최근엔 한국을 대표하는 명산 설악산을 가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 FIT 여행객도 가세했다.
한국에 이만큼 개성 뚜렷한 호텔이 또 있을까. 호텔 입구에는 영국 런던을 상징하는 빨간 2층 버스가 서 있고 로비엔 클래식 피아노와 영국 왕실 왕위 즉위식 때 썼던 봉을 전시하고 있다.
복도마다 전시품으로 가득해 여기가 호텔인지 박물관인지 헷갈릴 정도다. 처음엔 듣도 보도 못한 콘셉트에 다들 ‘갸우뚱’했다.

켄싱턴호텔 설악 로비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대체 왜 설악산 골짜기에 이 외국색 짙은 호텔은 무슨 조화인가 싶었다. 30년을 같은 콘셉트로 꾸준히 버텼더니 이제 평가가 달라졌다.
진가를 먼저 알아본 것은 외국인 여행객이다. 그들은 한국의 진산 설악산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호텔을 ‘헤리티지 호텔’이라고 치켜세운다.
‘헤리티지’라는 단어에는 비단 세월만이 내포된 것은 아닐 거다. 긴 시간을 견딘 뚝심과 그것을 유지하는데 들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를 담는다.
호텔을 둘러보고는 내심 기뻤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알아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MZ와 외국인 여행객이 60%

켄싱턴호텔 설악 외관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켄싱턴호텔 설악은 요상한 곳이었다. 겉과 속이 완전 다르다. 겉은 유명 관광지에 있을 법한 평범한 호텔, 리조트처럼 생겼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손님층을 보면 더 말이 안 나온다. 4월 말 평일임에도 웨딩 스냅 촬영을 하는 커플을 두 커플이나 봤다.
외국인 FIT 여행객도 많다. 이튿날 조식을 먹으러 2층 레스토랑에 갔더니 15개 테이블 중 3개를 빼놓고 전부 서양인 손님이었다.

켄싱턴호텔 설악에서 웨딩 스냅을 찍고 있는 커플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켄싱턴호텔 설악을 주로 찾는 고객층은 액티브 시니어다. 전통적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옛날에 수학여행 왔던 세대가 그때의 추억을 안고 이곳을 다시 찾는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시니어 세대가 전체 손님층의 40%를 차지한다.
그다음에 중요하게 올라오고 있는 신생그룹이 바로 2030 MZ다. 호텔에서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손님층이다.
호텔 관계자는 “5월에만 야외웨딩이 4건이 있다”며 “클래식한 객실에서 웨딩 스냅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많이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로비, 객실, 야외 정원 가릴 것 없다. 웨딩 스냅 손님은 한 달에도 몇십 팀씩 들어온다.
켄싱턴설악 호텔은 젊은 층 사이에서 야외 웨딩 명소로도 입소문이 나고 있다.
기본 1000만~1500만원(옵션에 따라 추가 금액 발생)으로 200~250명 정도 수용하는 야외 웨딩은 5~10월 날씨가 좋은 때에만 한정적으로 진행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지만 반응이 뜨겁다.

로비 전경과 북 카페. 고풍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스냅 사진 명소로 이름났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마지막 중요한 손님층은 바로 외국인이다. 여행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강원도 자체에 외국인 방문이 늘었다. 더 인상적인 것은 유럽과 미국 등 서양권 투숙객이 많다는 점이다.
호텔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국인, 어학당 학생들 사이에서 ’설악산‘이 상징적인 곳으로 입소문 났다. 한국에 살다 보면 설악산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한 번쯤 와 보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호텔에서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가정, 다문화 가정, 어학당 커뮤니티 등을 잠재력 있는 타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도 외국인 여행객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켄싱턴설악은 ‘박물관을 품은 호텔’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꾸준히 지켜온 것을 인정받아 2022년 월드 럭셔리 호텔 어워즈에서 럭셔리 헤리티지 호텔 부문을 수상했다.
# 30주년 기념 야심차게 준비한 이그제큐티브 객실

이그제큐티브 트윈 객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켄싱턴호텔 설악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이그제큐티브 객실을 새롭게 도입했다. 현재 추가로 일반 디럭스 객실 12개도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켄싱턴호텔 설악은 총 103실을 갖췄다.
이그제큐티브 객실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고객 요청 때문이었다. 켄싱턴호텔 설악은 국립공원 내 위치해 시설 개보수가 쉽지 않다.
1996년 호텔을 인수한 이후 국립공원 허가를 받아 조금씩 인테리어 보수 작업을 진행하다가 이번 30주년을 앞두고 리뉴얼을 진행한 것이다.

이그제큐티브 스튜디오 객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이그제큐티브 객실이 위치한 5~6층은 노후한 객실이 가장 많아서 이 두 개 층을 가장 먼저 리뉴얼을 진행했다.
5~6층은 호텔에서 가장 뷰가 좋은 곳이기도 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켄싱턴호텔 설악은 고층과 저층 전망이 확연히 다르다.
가로수와 산 전망 권금성이 어우러지는 뷰는 5~6층에서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객실 창을 통해 권금성과 바깥 풍경이 액자처럼 걸린다.
고객 요청사항 중에 가장 이야기가 많았던 냉난방 시설을 싹 손보고 침대 매트리스도 ‘실리’ 브랜드로 바꿨다. 조명과 TV도 교체하고 카펫도 없앴다.

이그제큐티브 트윈 객실에서 바라본 권금성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이번 객실 리뉴얼은 켄싱턴호텔 설악의 영국 왕실 테마에 모던한 감성을 더해 ‘브리티시 모던 클래식’ 콘셉트로 진행했다. 객실은 2가지 유형(패밀리 트윈·트윈)으로 구성했다.
‘이그제큐티브 패밀리 트윈(36㎡/11평)’은 헌터그린 컬러를 메인으로 차분하고 따뜻한 감성을 더했고 ‘이그제큐티브 트윈(30㎡/9평)’은 꽃 패턴 벽지와 버건디 색상을 메인으로 클래식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체리몰딩이 돋보이는 이그제큐티브 객실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그제큐티브 트윈 객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통창이 아니어서 더 운치가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거나 창문 앞 소파에 앉으면 권금성 풍경이 정면으로 액자 속 그림처럼 걸린다.
꽃무늬 벽지와 붉은 톤 스트라이프 베개와 액자 어두운 고동색 마룻바닥 등 체리몰딩과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 박물관을 품은 호텔 취향 따라 객실 고르는 재미

2층 레스토랑 ‘더 퀸’에서 이어지는 야외 발코니. 이곳에서 바비큐를 진행한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점진적인 시설 개선 작업을 착실히 진행 중인 켄싱턴설악 호텔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딱 하나 있다.
바로 호텔 시작부터 고집해온 ‘영국 왕실 테마’다. 호텔은 하나의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다. 전시품이 워낙 방대해 하나하나 구경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든다.
호텔 정문 입구에는 1950년대 런던 시내를 달리던 이층버스 ‘루트마스터’가 서있다. 권금성과 설악산 자락을 배경으로 하는 빨간 버스는 존재감부터 남다르다.
로비에 들어서면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즉위봉이 보인다. 주한영국대사관에서 대여해갈 정도로 의미가 있는 소장품이다.

레스토랑 ‘더 퀸’. 영국 왕실을 테마로 꾸민 공간에서 조식 뷔페를 제공한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레스토랑 ‘더 퀸’. 영국 왕실을 테마로 꾸민 공간에서 조식 뷔페를 제공한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레스토랑 ‘더 퀸(The Queen)’에서는 영국 로열패밀리가 보내온 왕실 연하장, 조지 6세의 친필 편지 등 영국 왕실의 역사를 담은 전시품이 있다.

호텔 최고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애비로드에서 이어지는 테라스. 호텔에서 가장 뷰가 멋진 곳으로 손꼽힌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를 테마로 한 비스트로&바 ‘애비로드(Abbey Road)’에서는 멤버 전원의 친필 사인이 담긴 기타, 존 레논이 착용했던 오리지널 수트 등 비틀즈 관련 전시품 40여 종을 감상할 수 있다.

호텔 최고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애비로드. 비틀즈를 테마로 꾸민 공간이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이외에도 호텔 층마다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스포츠 스타, 가수, 영화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기증품을 전시한다. 전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면 도슨트 투어 ‘비피터 하우스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호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품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영국 패브릭 브랜드 ‘로라 애슐리’와 협업해 꾸민 스위트 객실은 마치 하우스 뮤지엄에 온 듯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알록달록한 침대보와 패브릭 커튼 그리고 짙은 우드톤의 가구까지 창밖 권금성 풍경과는 정반대의 느낌을 준다.

로라 애슐리 스위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이번에 신설한 이그제큐티브 패밀리 트윈 객실은 스냅 촬영 손님에게 인기다. 예비부부들이 스트라이프 벽지 방을 특히 선호한다고.
켄싱턴설악 호텔에는 말그대로 ‘프레지덴셜 스위트’가 있다. 고 전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자주 묵었던 객실을 현재에도 그대로 보존해 선보이고 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프레지덴셜 스위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켄싱턴호텔 설악 알뜰하게 즐기는 법

켄싱턴호텔 설악 애비로드 / 사진=이랜드파크

켄싱턴호텔 설악이 이그제큐티브 객실 오픈을 기념해 ‘올인클루시브 설악’ 패키지를 8월 31일까지 판매한다.
이번 패키지는 설악산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숙박, 식사, 인근 관광지 혜택까지 패키지 하나로 누릴 수 있도록 기획했다.
패키지 주요 혜택은 △이그제큐티브 객실 1박 △조식 뷔페 2인 △켄싱턴 PB 상품 맥주와 스스낵 △애프터눈 티 세트 2인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탑승권(2인)으로 구성했다.

애비로드에서 맛볼 수 있는 애프터눈 티 세트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이밖에도 지친 몸을 풀어줄 웰니스 키트(배쓰밤, 배쓰 솔트)와 마사지기 무료 대여 서비스도 제공한다.
마사지기는 종아리 전용과 목·어깨 전용 2종으로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오후 12시 체크인·체크아웃이 가능한 24시간 숙박 혜택을 월~금요일 체크인 고객 대상으로 제공해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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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웬 영국…‘갸우뚱’했던 호텔 30년 버텼더니 ‘헤리티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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