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03 06:41:14
한때 군사기지, 지금은 휴양지…베트남 깜라인 지구서 가장 아름다운 바이다이 해변 품은 이곳 깜라인 유일 클럽라운지, 최초 워터파크 한곳에 망고 수확부터 업사이클링까지, 지속 가능 실천
베트남 남중부 깜라인. 냐짱(나트랑) 남쪽, 해안선을 따라 잔잔하게 이어진 이곳은 한때 군사기지였지만, 지금은 휴양지라는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요란한 관광지도, 인파가 몰리는 장소도 없다.
깜(Cam)은 감귤류, 달콤함과 온화함을 뜻하는 옛 베트남어에서 유래했고, 라인(Ranh)은 맑은 시내를 의미한다. 고대 에데족 언어인 ‘달콤한 시내(Kam Mran)’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그 어원처럼, 바람도, 물도, 소리도 부드럽게 흐른다. 수심은 깊고 파도는 잔잔하다.
덜 알려진 만큼 덜 붐빈다. ‘동남아의 몰디브’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사람들이 찾는 이유도 단순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2004년, 깜라인 국제공항이 군용에서 민간으로 전환되며 변화는 시작됐다. 2010년대 중반, 항공편이 늘어나며 여행객이 늘었고, 같은 시기 바이다이 해변을 따라 글로벌 리조트들이 속속 들어섰다. 냐짱을 대체할 조용한 휴양지로 깜라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깜라인은 관광지가 아니다. 해변을 따라 자리한 리조트에서 하루를 천천히 써내려갈 수 있는 곳이다. 계획 없는 산책, 시간표 없는 식사, 목적 없는 낮잠. 자신도 모르게 속도가 늦춰진다.
한때 요새였던 ‘깜라인만’은 지금 쉼을 위한 무대로 바뀌었다. 건물 높이를 자랑하지 않고, 바다를 가리지도 않는다. 해안선을 따라 선 리조트들은 풍경 속에 스며든다. 코코넛 나무 그늘 아래, 베트남식 마사지에 몸을 맡기고 망고보다 달콤한 한숨을 쉰다.
깜라인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말이 정확하다. “이곳의 에너지는 정말 놀랍다. 올 때마다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가 느껴진다.”
공간의 여백, 자연의 밀도, 숨 고를 틈. 깜라인은 가족과 함께여도, 혼자여도, 누구에게나 편안한 휴식처다.
일정 내내 머문 곳은 깜라인의 결을 담아낸 래디슨 블루 리조트 깜라인이었다. 깜라인 국제공항에서 차로 단 5분. 리조트 앞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10곳’ 중 하나인 바이다이 해변이 펼쳐진다.
모든 객실이 오션뷰다. 객실 수는 총 292개다. 호텔동과 빌라동으로 나뉜다. 일반 객실과 스위트룸 256개, 풀빌라가 36개다. 객실은 깜라인 어촌마을에서 영감받아 전통과 현대를 자연스럽게 섞었다. 프라이버시를 챙기고 싶거나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풀빌라에 머무는 것도 방법이다.
부대시설에도 유일·최초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깜라인 최초의 워터파크, 유일의 클럽 라운지 등 이 리조트만의 단독 타이틀이 곳곳에 새겨졌다.
수영장만 세 곳에 키즈 클럽부터 비치발리볼장, 미니 풋살장, 요가 스튜디오, 피트니스센터까지. 하루 일정을 리조트 안에서만 보내기에 충분하다. 4480㎡ 규모 레인포레스트 워터파크는 깜라인 최초의 워터파크로, 슬라이드가 6개나 있어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오전 9시 30분이면 무료 코코넛 따기 체험도 가능하다. 가이드와 함께 야자수 아래를 걷고, 직접 코코넛을 따서 바로 마실 수 있다.
식음업장도 다채롭다. 지중해 요리를 선보이는 선라이즈, 베트남 전통 요리를 즐기는 블루 랍스터, 바다를 바라보며 칵테일을 마시기 좋은 더 라운지. 특히 더 라운지는 깜라인 유일의 클럽 라운지로 인기다. 수영장 옆 웨이브스 바에서는 음악과 함께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깊은 휴식을 원하면 ESC 스파가 있다. 바다를 향해 열린 조개껍데기 모양의 독립 건물은 멀리서도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깜라인 어부들이 쓰는 전통 바구니 배에서 영감받은 이 공간은 외관만 봐도 휴식을 위한 곳임을 느낄 수 있다.
독립적인 트리트먼트룸 11개는 복도를 따라 중앙 휴식 공간으로 이어진다. 어망을 연상시키는 천장, 바다색 조명과 촛불이 공간을 채운다. 허브 사우나, 아이스방, 히말라야 소금방까지 갖춰 여독을 풀기에 제격이다.
리조트는 지역과 지속가능한 동행도 실천한다. 깜라인은 베트남에서 둘째로 큰 망고 재배지다. 리조트에서 차로 20분 거리엔 전통 농법을 이어가는 젊은 농부 호아(Hoa) 씨의 망고 농장이 있다. 프랑스 점유 시절부터 자리를 지킨 80년 된 망고나무도 여전히 건재하다. 투숙객은 직접 수확하고, 말린 망고나 망고 케이크로 가공하는 과정까지 체험할 수 있다.
‘크리에이팅 셰어 밸류’라는 이름의 워크숍도 운영한다. 버려진 비누를 재가공하거나, 커피 찌꺼기로 숯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활동은 현재 전 세계 53개국에서 시행한다.
래디슨 호텔 그룹은 벨기에 태생 유럽 브랜드다. 그 영향인지, 깜라인이라는 조용한 해안 도시에 다양한 국적의 투숙객이 어우러진다. 개관 5주년을 맞은 리조트에는 지금까지 3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2024 베스트 호텔&리조트 어워드에서는 결혼식과 허니문을 위한 베트남 최고의 리조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깜라인을 스마트 관광 도시로 육성 중이다. 생태 체험과 문화공간 조성도 함께 추진한다. 2037년까지 약 260조동(약 14조3520억원)을 투입한다.
지금의 깜라인은 상업화 이전의 사람이 덜 붐비고, 밀도와 여유가 적당히 공존하는 시기다. 입소문이 나기 전에, 붐비기 전에, 지금이 바로 깜라인을 만나야 할 타이밍이다.
깜라인(베트남)=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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