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30 20:31:43
5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엑스포 개막 10월 13일까지 6개월간 선보일 예정 한국관 관람객 9만 명 돌파해 ‘화제’ 일본관·아랍관·건담관 등 주제 다양
엑스포(Expo). 다른 말로는 만국박람회. 5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엑스포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몰린다. 오직 박람회를 보기 위해 한 국가로 향하는 것. 그것이 엑스포의 위상이다.
국제박람회기구가 인정한 공인 엑스포는 이름을 유엔에 등록한 ‘등록 엑스포’와 그렇지 않은 ‘인정 엑스포’로 나뉜다. 인정 엑스포는 규모와 개최 주기가 짧고 등록 엑스포는 상대적으로 규모와 개최 주기가 길다.
엑스포 주제 범위도 다르다. 인정 엑스포는 특정 주제로만 박람회를 열 수 있다. 이와 달리 등록 엑스포는 인관과 관련한 광범위한 주제로 박람회를 선보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1993년 대전 엑스포와 2012년 여수 엑스포는 모두 인정 엑스포다.
올해는 일본 오사카의 인공섬인 유메시마에서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진행 중이다.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등록 엑스포다. 지난 4월 13일에 개막해 오는 10월 13일까지 열린다. 등록 엑스포답게 무려 6개월간의 대장정이다. 일본국제박람회에 따르면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준비 기간에만 꼬박 7년이 걸렸다.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대주제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으로 광범위하다. 대주제 안에 3개의 소주제가 있는데 ‘생명을 구하다(Saving Lives)’ ‘생명에 힘을 주다(Empowering Lives)’ ‘생명을 잇다(Connecting Lives)’ 등이다.
이번 엑스포에 한국을 포함한 158개 국가가 참가했고 7개 국제기구가 전시관을 마련했다. 미래사회 실험장이라는 콘셉트로 110여개의 전시관인 ‘파빌리온’이 들어섰다. 각 전시관은 소주제 중 하나를 택해서 전시관을 꾸밀 수 있다.
이번 엑스포 개장과 함께 일본은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엑스포장 전체를 동그랗게 둘러싼 목조 건축물 ‘그랜드 링(The Grnad Ring)’이 기네스 세계 기록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 건축물의 총면적은 6만 1035㎡(1만 8463평), 둘레는 2㎞, 지름은 615m에 이른다. 관람객은 12m 높이의 건축물 상층부를 걸어 다니며 엑스포장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랜드 링은 규모 면에서만 특출 난 게 아니다. 구조물에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짜맞추는 일본 전통 건축 기법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전통 사찰 등을 지을 때 주로 사용하는 건축 기법이다. 이번 엑스포의 상징 건축물인 그랜드링으로 ‘다양성 속의 통합(Unity in Diversity)’이라는 개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내진 설계도 철저히 해 지진에도 강하다.
그랜드 링의 첫인상은 웅장했다. 수많은 나무 기둥이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모습에서 묘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나무라는 자재가 주는 편안함은 물론이다. 해의 방향에 따라 나무 기둥 아래로 늘어지는 그림자가 엑스포장에 운치를 더한다.
엑스포를 관람할 때 재미 요소 중 하나는 마스코트 구경이다. 마스코트의 생김새는 엑스포의 인상이나 다름없다.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공식 마스코트 이름은 ‘먀쿠먀쿠(MYAKU-MYAKU)’다.
간사이 지방 어딘가에 있는 작은 샘에서 태어난 생명체로 그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콘셉트다. 이 마스코트의 독특한 외형 탓에 공개와 동시에 큰 파장이 일었다. 캐릭터에 달린 눈알만 6개다. 뽀글뽀글한 붉은 머리에 5개의 눈이 달렸고 꼬리에 나머지 1개의 눈이 있다. 몸통은 시퍼렇다. 붉은 부분은 세포를 표현했고 푸른 부분은 물을 상징했다.
공개 직후는 ‘기괴하다’거나 ‘괴물 같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막상 엑스포장에 가니 먀쿠먀쿠 인형을 손에 쥐고 다니는 관람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먀쿠먀쿠 열쇠고리를 사서 가방에 달고 다니거나 또는 마스코트가 달린 머리핀을 사서 머리에 쓰고 다니는 이들도 많았다.
관람객들은 엑스포장 맨홀 뚜껑부터 전용 이동 차량 외관에서까지 엑스포장에서 먀쿠먀쿠를 시도 때도 없이 마주한다. 자주 보면 정든다는 말이 딱 맞다. 돌아가는 길, 어느새 먀쿠먀쿠 인형 하나를 손에 쥐고 있다. 엑스포 기간, 전시장 밖에 있는 오사카 편의점과 기념품 가게에서도 먀쿠먀쿠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엑스포 장 내 C4 구역에 자리한 한국 파빌리온. 첫인상은 ‘크다’였다. 한국관은 총 3501.82㎡의 대형 부지에 조성했다. 그 규모에 걸맞게 전시관은 총 3관으로 이뤄진다. 총관람 시간은 20분 정도로 긴 편이다. 지난 4월 28일 기준 전체 누적 관람객이 9만 명을 돌파했다. 그중 일본인 관람객 비율이 71%로 압도적인 관심을 보였다.
올해 오사카 엑스포에서 한국관의 주제는 ‘마음을 모아(With Hearts)’이며 부제는 ‘진심을 이어, 꽃 피우는 생명(Future Forward with Hearts)’이다. 한국관은 소주제 3개 중 ‘생명을 잇다’를 택해 사람과 기술, 그리고 한국과 세계를 ‘진심’이라는 매개로 연결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외관에 높이 10m, 폭 27m의 거대한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해 한국의 사계절과 문화유산 등을 실시간으로 송출한다. 그 덕에 긴 대기 줄에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국관은 천장부터 달랐다. 천장에 충남 서산면에서 생산한 고급 모시인 ‘한산모시’를 덧붙여 자연 채광이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입장도 전에 곳곳에서 한국의 전통을 마주한다.
1관으로 입장하기 전, 녹음 부스에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이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전 세계인이 각국의 언어로 답변한 말은 기기에 녹음된다.
잠시 기다리면 1관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린다. 참여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해 녹음된 참관객의 목소리를 빛과 음악으로 변환한다. 전 세계인의 목소리가 뒤섞인 소리는 사방에서 빛을 비추는 조명등과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거듭난다. 한국관은 이 예술작품으로 미래세대에 전하고 싶은 가치를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1관 감상 이후 솔직한 소감은 ‘어리둥절하다’였다. 의구심을 품고 제2관으로 넘어갔다. 2관은 더 의문스럽다. 여기저기 패인 벽에는 모니터 등 현대 기계가 박혀있다. 전시장 중앙에 군데군데에는 콘크리트 조각을 비롯해 식물과 일상용품 등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일상용품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그 주변을 키 큰 파이프 관이 둘러싸고 있다. 이 모든 게 한자리에 모여 부조화를 이룬다.
참관객 중 한 명이 파이프 관에 성큼 다가가 숨을 불어넣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에서 커다란 물방울이 떨어진다. 관람객의 숨이 관에 들어가면 수소연료전지가 작동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방울 형태의 물을 만들어 낸다. 이 방울에서 나온 물의 역할은 전시장 내 식물에 수분을 공급하고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의 친환경 기술로 환경 회복을 구현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 공간이다.
제3관에서는 드디어 기다리던 ‘K-팝’을 활용한다. 2040년을 배경으로 한 영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할아버지와 고등학생 손녀가 시간을 초월해 만나는 얘기를 담은 작품이다. 3면 파노라마 스크린으로 한국의 미래기술과 세대 간 소통을 표현한 영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K-팝과 미래 한국의 모바일, 스마트모빌리티 등 기술이 적절히 어우러져 영상을 보고 있으면 애국심이 절로 차오른다. 모든 관을 둘러본 뒤 출구 앞. 비로소 1관에서 느낀 ‘의문’이 ‘끄덕임’으로 바뀐다.
엑스포 기간 한국관을 더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5월 13일 방문해 보자. 이날은 ‘한국의 날’로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한일 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를 모티브로 한 행진을 재현하는 행사와 K팝 공연 진행 등을 선보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오사카 엑스포 개막 이후 입장권 가격을 가지고 말이 많았다. 엑스포 입장권은 성인 일일권 기준으로 7500엔(약 7만 5000원)이다. 평일권은 6000엔(약 6만원)이고 야간권은 3700엔(약 3만7000원)으로 가장 싸다.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다. 기왕 간다면 본전을 뽑고 오는 편이 좋지 않은가. 잘 봤다는 인상이 남을 만큼 흥미로운 엑스포 전시관 몇 곳을 추려 소개한다.
먼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유명 애니메이션인 건담을 주제로 한 ‘건담 넥스트 퓨처 파빌리온’ 방문을 권한다. 약 17m 높이의 대형 건담 조형물이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을 반긴다. 지구에서부터 우주까지 승강기로 이동할 수 있는 미래를 그려낸다. 건담 시리즈의 거대한 인간 병기인 모빌슈트가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등의 얘기를 전시장 안에 담아냈다.
다음은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이다. 음악의 나라답게 관 외부에 나무판을 나사로 고정한 커다란 악보 모형 조형물을 달았다. 엑스포관의 주제는 ‘미래를 작곡하다(Composing the Future)’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창립한 피아노 제조 회사 ‘뵈젠도르퍼’의 그랜드 피아노를 입구에서 볼 수 있다. 이 피아노는 1869년 오스트리아 황실 사절단이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를 기념하는 상징이다. 뵈젠도르퍼는 현재 일본 기업 야마하가 인수했다. 전시관에서 관람객은 AI를 활용한 작곡 체험도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바로 옆에 붙어있는 스위스 파빌리온도 눈길을 끈다. 스위스관의 주제는 ‘하이디에서 하이테크까지(From Heidi to High-Tech)’다. 스위스 유명 동화인 ‘하이디’를 활용한 언어유희라 더 재밌다. 스위스의 전통적인 알프스 문화부터 로봇 공학, 인공지능, 증강현실(AR) 등 스위스의 첨단 기술 혁신까지 여정을 관람할 수 있다.
주최국인 일본 파빌리온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는 일본 남극 탐사대가 발견한 화성 운석을 볼 수 있다. 럭비공 모양의 운석은 무게만 12.7㎏에 달한다. 방문객은 운석의 일부를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관에는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 표면에서 채취한 ‘달의 돌’ 일부를 전시한다. 중국관에는 무인탐사기 ‘창어 5·6호’가 인류 사상 최초로 채취한 달 뒷면 토양을 구경할 수 있다.
끝으로 아랍에미리트관은 방문 당시, 대기 줄이 적어 짬 날 때 들르기 좋았다. 16m 높이의 목재 기둥 90개를 둬 관을 구성했는데, 야자수의 모습을 본떴다. 이곳에서 아랍 전통 커피 문화 시연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의 의료 및 우주 탐사 기술 등 분야에서의 발전을 감상할 수 있다.
오사카(일본)=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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