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30 19:14:10
다소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대담한 시도가 이뤄졌습니다. 강남구 청담동에 들어선 프리미엄 와인 공간 ‘CMB 와인 앤 스피리츠 익스피리언스(CMB Wine & Spirits Experience, 이하 CMB 익스피리언스)’가 최근 문을 열었습니다. 예전 청담동 SMT하우스 건물입니다. 4층 규모로 공간 인테리어가 압도적입니다.
공간기획은 장현우 CMB 익스피리언스 대표가 맡았습니다. 장 대표는 한남동 유엔빌리지의 핫플 ‘메종 한남’의 설립자입니다. 메종 한남의 한강뷰와 베르사체 라운지의 화려함을 너무나도 사랑한 소비자로서 CMB 익스피리언스는 또 다른 기쁨입니다. CMB 익스피리언스의 공간이 주는 매력을 단순히 글로 표현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한 번 방문해 인테리어가 뿜어내는 공기를 마시고 그 느낌이 피부에 와닿아야 공간을 만든 사람의 정성에 조금이나마 보답이 될 것 같습니다.
와인 리스트 없는 와인 레스토랑
CMB 익스피리언스의 콘텐츠는 ‘와인’입니다. 와인 판매 방식이 독특합니다. 와인 레스토랑이지만 와인 리스트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세계 3대 와인 품평대회 중 하나인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이하 CMB)에서 수상한 와인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CMB 심사위원들은 출품 와인들을 시음한 후 점수를 주는데 최고 등급부터 그랑 골드, 골드, 실버 등으로 나뉩니다.
CMB 익스피리언스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수상 등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최고 등급인 그랑 골드에 입상한 와인이 12만8000원, 그다음 등급인 골드에 입상한 와인이 8만5000원, 실버에 입상한 와인이 5만5000원입니다. 잔으로도 팝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주문한 와인이 무슨 와인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랑 골드 와인 한 병 주세요” 또는 “골드 와인 한 잔 주세요”라고 주문합니다. 와인 병을 감싼 커버를 벗기기 전까지는 브랜드와 생산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입니다. 예를 들어 그랑 골드 한 잔, 골드 한 잔, 실버 한 잔을 시켜놓고 어떤 와인이 그랑 골드인지 맞춰볼 수도 있습니다. 와인의 맛과 향을 경험한 뒤 포도 품종과 생산지를 추측하며 마셔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방식의 마케팅과 세일즈는 한경훈 운영대표가 담당합니다. 한 대표는 물류 전문가 출신이자 F&B 전문가입니다. 한 대표는 CMB익스리피언스의 내부 운영 관리(인사·재무·서비스 매뉴얼)와 마케팅 전반 기획, 주요 행사 진행, 핵심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CMB 익스피리언스의 실험과 도전
CMB 익스피리언스의 핵심 경쟁력은 ‘홍미연’이란 인물입니다. 그는 CMB 익스피리언스의 기술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매일경제신문에서 후배기자가 홍미연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당시 인터뷰 제목이 ‘오래된 와인이 무조건 좋다는 건 편견’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졸레 누보 같은 와인은 오래 두고 마시는 와인이 아닙니다. 홍 대표는 “김치처럼 와인도 겉절이는 겉절이대로, 묵은지는 묵은지대로 즐겨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저도 100% 동감합니다. 물론 요즘에는 보졸레에서도 모르공처럼 장기숙성이 가능한 보졸레 크뤼 와인들이 생산됩니다. 홍 대표는 CMB의 심사위원 등 여러 와인 품평회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와인 전문가입니다. 저는 홍 대표를 와인수입사의 대표로 처음 만났습니다. 홍 대표가 수입한 포르투갈 와인 중 일부를 테이스팅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와인의 품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개인 취향에 따른 선호도이니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와인 품평하는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수입하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팔기 전에 자신이 다 마셔버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겨울 홍 대표가 새로운 방식으로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청담동에 만든다고 했을 때 저는 이렇게 큰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이미 한국 와인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 대표는 “CMB 와인 품평회에서 수상한 전 세계 와인을 부담 없이 10만 원 이하에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CMB 익스피리언스의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CMB 익스피리언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물론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저는 와인 애호가로서 장현우, 홍미연, 한경훈 대표의 실험과 도전에 경의와 찬사를 보냅니다. 진심으로 CMB 익스피리언스가 성공하길 바랍니다. 대담한 시도, 당신의 용기 있는 도전에 상테(S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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