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30 10:43:09
오페라하우스 찍고, 하버 브릿지 건너고, 플랫 화이트 한 잔 하고, 본다이 비치 수영장 인증샷 남기기. 호주 시드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여행 코스다.
물론 모두 근사하고 훌륭하다. 그런데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보다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분들이라면, 시드니에서만 가능한 이색적인 액티비티에 도전해보시길. 하버 브릿지 등반부터 나뭇잎 씹어보는 원주민 체험까지. 시드니 여행 중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줄 테다.
시드니에서 하버 브릿지를 안 보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일 수많은 여행객이 다리 위를 건너며 풍경을 감상하거나 다리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곤 한다.
그런데 해발 134m 높이의 아치 모양 다리 정상을 직접 오르는 건 얘기가 다르다. 보기만 해도 입이 바싹 마르고 땀이 나는 광경에 쉽사리 도전을 마음먹긴 힘들다. 게다가 인당 354호주달러(약 32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가의 체험인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하긴 어렵다.
두 번 세 번 망설이다 직접 체험해보기로 결심했다. 사전 예약이 필수며 철저한 건강 관련 설문과 서약을 마쳐야 한다. 설문에 대한 답을 쭉 써내려가면서 다시 한 번 침을 꼴깍 삼켰다.
설문까지 마치면 예약 시간에 맞춰 같은 그룹 사람들과 안전 교육을 받는다. 체험 직전에는 식사를 하지 않거나 아주 가볍게 하고 오는 것이 좋다.
선크림은 구비돼 있지만 미리 꼼꼼히 바르는 것을 추천하고, 선글라스도 착용한 채 체험할 수 있으니 챙겨올 것을 권한다. 그리고 체험을 마치면 알게 되겠지만, 시원한 물 한 병도 꼭 필요하다.
다양한 사이즈로 구비한 체험복과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간이 체험 연습까지 하면 준비 완료. 옷 위에 체험복까지 입으면 땀이 줄줄 나기 때문에 안에는 최대한 가볍게 입고 오자. 영어로 설명을 듣게 되지만, 직원들이 한 명 한 명 꼼꼼히 챙겨주니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체험 중에는 휴대폰이나 카메라 등 어떤 것도 소지할 수 없다. 가장 아쉬운 건 사진일텐데, 동행하는 직원이 직접 카메라로 고퀄리티 사진을 찍어둔다. 물론 유료지만 사진이 아주 근사하니 구매하는 것을 추천.
실제로 체험해보니 무서워서 진땀을 빼기보단 힘들어서 빼게 된다. 바닥이 거의 흔들리지 않고 수많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다리위에 올라섰다는 느낌보다는 힘든 산행을 하는 듯하다. 실제로 함께 체험을 마친 일행 중 상당수가 며칠 간 종아리 통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힘들지만 위에서 창문도, 가림막도 없는 드넓은 시드니 풍경을 감상하면 ‘잘 올라왔다’는 생각이 든다. 시드니의 어느 전망 스폿보다도 이곳이 뷰로서는 으뜸이지 않을까. 사진 가격까지 생각하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억에는 오래 남을 듯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시드니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면 1926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노스 쇼어 지역의 베리 아일랜드가 나온다. 이곳에선 현지 여행사를 통해 영국인이 상륙하기 전 이곳을 터전으로 삼았던 원주민의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다.
당시 약 250여개의 독립된 원주민 국가는 50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베리 아일랜드에는 ‘캄머레이갈’이라는 부족이 살았다.
스플렌드아워테일러드투어스닷컴을 통해 약 1시간 30분간 원주민 해설사 키라와 함께 숲을 거닐며 자연 속에서 식재료나 약재로 활용한 열매나 식물 등을 탐방했다.
체험은 사암 조각을 문질러 나온 하얀 가루 ‘오크레’에 물을 조금 부어 만든 자연 물감으로 팔에 전통 문양을 새기면서 시작한다. 숲은 코알라의 먹이로 잘 알려진 유칼립투스 나무가 가득하다.
껍질이 벗겨진 유칼립투스에서 응고된 진액을 따서 맛보기도 하고, 잎 하나에 오렌지 50개에 해당하는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다는 사르사파릴라도 씹어보면서 자연인 체험을 이어갔다.
체험이 끝나갈 무렵 키라는 숲에서 함께 본 과일들과 이를 활용해 만든 잼, 견과류 등 직접 챙겨온 간식들을 꺼내 나무 용기 ‘쿨러먼’에 담았다.
쿨러먼은 원주민들이 나뭇가지를 파 만들어서 음식을 담기도 하고 아이를 위한 요람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나뭇잎을 물과 함께 비벼 만든 천연 비누로 손까지 씻으니 완벽했다.
자연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 생활하던 원주민들의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숲은 물론 바다 풍경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러닝이나 산책을 즐기는 현지인들도 여럿 마주쳤다.
시드니(호주) / 강예신 여행+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