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9 10:57:35
제주를 찾는 내외국인 방문객이 늘고 있습니다. 그중 대만 관광객의 발길이 특히 심상치 않은데요.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제주를 방문한 대만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인 1만 2754명보다 50.7% 늘어난 1만 9217명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외래 관광객이 늘었다는 기쁜 소식이지만, 최근 떠오른 제주 바가지 문제가 머릿속을 스칩니다. 그래서 오늘 혜성특급에서 ‘2024 제주 여행 실태 조사 결과’ 실어 출발합니다.
전 세계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자연, 먹거리, 놀거리를 자랑하는 제주다. 자랑스러운 제주에서 내외국인 모두가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은 게 있다. 바로 ‘물가’다.
제주관광공사가 공개한 ‘2024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정량조사 결과보고서’를 살펴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내외국인 관광객 모두 제주 여행 물가에 불만족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는 제주도를 방문한 후 출국 또는 출도한 내 외국인 및 크루즈 방문 관광객 총 1만 2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먼저 ‘내국인의 제주여행 전반적 만족도’. 총 5점 만점 중 4.04점을 받아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보였다. 다만 2023년 대비 0.04점 하락했다. 특이 사항은 4회 이상 방문여행객의 재방문 의향 점수가 ‘4.14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이 제주에게는 제격인가 보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여행 중 불만족 사항 1위로 ‘물가가 비쌈’을 꼽았다. 응답자 7000명의 61.2%인 4284명이 불만족 사항으로 물가를 짚은 것이다. 15세~19세 연령대의 내국인 방문객 사이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함’을 불만 사항으로 꼽은 응답 비율이 19.3%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물가가 높아서 불만족스럽다는 건 알겠다. 실질적인 여행 경비 체감은 어떨까. ‘2024 제주 여행 경비에 대한 만족도’를 뜯어 보자. 지난해 내국인의 제주 여행 경비 만족도는 ‘평균 2.93점’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3점대도 못 미친다.
내국인 제주 여행 경비 만족도 조사 결과 2023년에는 평균 3.14점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평균 3.16점을 기록했다. 해가 갈수록 만족도가 떨어진다.
해당 조사의 전체 응답자 6979명 중 12.3%가 ‘매우 불만족’, 22.6%는 ‘불만족’이라고 응답했다. 중립 응답인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9.9%였다. 달리 말하면 제주 여행 시 필요한 여행 경비에 만족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 응답자의 비율은 35.2%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월별 제주 여행 타인 추천 의향’ 조사 결과도 재밌다. 해당 조사서는 3월에 제주 여행 타인 추천 의향 평균 점수가 ‘4.16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때 제주를 여행한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어 4·5월의 제주 여행 타인 추천 의향 평균 점수가 각각 4.13점, 4.11점으로 순서대로 높았다. 3~5월이 통상 제주 여행 적기로 알려진 근거를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반면 7월에는 제주 여행 타인 추천 의향 평균 점수가 ‘3.99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제 ‘외국인의 제주여행 전반적 만족도’를 볼 차례다. 외국인 관광객의 제주 여행 전반적 만족도 평균 점수는 총 5점 만점 중 4.15점이었다. 내국인의 전반적 만족도보다 높았으나, 2023년 대비 0.06점 하락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3년 대비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매우 불만족’이라고 답한 외국인 응답자 수는 2023년 대비 0.5점 올라 평균 0.6점을 기록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거주국별로 제주 여행 전반적 만족도를 보면 ‘일본권’의 만족도가 4.03점으로 가장 낮다는 점이다. 반면 북미권은 4.46점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국내 여행객은 882만 명에 이른다. 일본을 찾은 외래 관광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반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 여행객은 322만 명에 그쳤다. 인구수 대비 여행 비율로 따져 보자. 일본 전체 인구수인 1억 2380만 명 중 고작 2.6%인 322만 명이 한국을 찾은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전체 인구수인 5118만 명 중 약 16%가 일본을 찾았다. 한국인의 일본 여행 비율이 일본인의 한국 여행 비율보다 6배가량 높은 셈이다. 어찌 보면 일방적 짝사랑이다.
중요한 건 양국 관광객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상반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여행 여론조사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2024년 국내·해외 여행지 평가 가심비와 종합만족도’ 조사 결과를 훑어보자. 국내 여행객의 해외 여행지 만족도 평가에서 일본은 8위를 차지했는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위다. 해당 조사의 조사 집단이 다른 것과 이 조사는 특정 지역이 아닌 국가 전체의 여행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임을 고려해도 씁쓸한 현실임은 분명하다.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여행 중 ‘불만족 사항’ 1위로 ‘언어소통 불편’을 꼽았다. 전체의 27.5%를 차지했다. 2위는 역시 ‘물가가 비쌈’이었다. 전체 중 23.4%를 차지했다. 3위는 ‘대중교통 이용 불편’으로 19.2%를 기록했다.
재밌는 점은 3월과 5월에 제주를 여행한 외국인 여행객 중 불만사항으로 ‘물가가 비쌈’을 지목한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3월과 5월은 제주 여행 성수기다. 한 철 장사를 하려는 일부 제주 상인들 때문에 최근 몇 년간은 이 기간 어김없이 바가지 논란이 등장했다.
제주의 만족스럽지 못한 물가 때문인지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 역시 굳게 닫혔다. ‘제주 외국인 방문객 1인당 평균 총지출 경비’는 지난해 961.3달러(약 137만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부터 2022년을 제외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지출 경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3년의 개별여행객 1인당 평균 총지출 경비인 ‘1186.7달러(약 170만원)’과 비교하면 10만원가량 차이 난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경비에 대한 만족도 역시 하락했다. 평균 만족도는 3.84점으로 2023년인 3.87점에 비해 0.03점 떨어졌다.
지난해 제주를 여행한 내외국인은 모두 ‘물가’에 상당한 불만을 표했다. 실제로 최근 제주에서 바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일었다.
지난 3월 제주서 열린 벚꽃 축제에서 순대 조각을 2만5000원에 판매한 것, 제주의 한 식당에서 비계가 가득한 삼겹살을 판매한 것, 제주 식당서 1인당 10만원대 가격으로 갈치구이 정식을 판매한 것.
제주 얼굴에 먹칠하는 양심 없는 물가는 제주 관광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그간 제주는 바가지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해 왔지만, 백약이 무효다.
최근 다시 바가지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도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제주도는 관광 업종별 권장 가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내 주요 외식 품목에 대한 가격 개선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제주도는 전국 평균보다 비싸다고 평가받는 갈치·삼겹살·김치찌개·짜장면·칼국수 등 주요 외식 품목 가격을 개선한다. 식도락 만족도를 최우선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1인을 위한 메뉴 개발, 주문 인원별 적정 가격 제시, 음식점 외부에 대표 메뉴 가격 표시, 저렴한 현지 맛집 정보 제공 등을 시행한다. 여기에 동참하는 제주 업체에는 ‘착한가격 업소 추천’과 ‘상여’를 지원한다.
여기에 한 철 장사를 노린 ‘축제장’의 바가지요금 역시 근절에 나선다. 제주도는 축제 참여 업체와 음식 가격을 사전에 협의하고 바가지요금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입점 업체에는 메뉴판에 음식 본보기 이미지와 모형을 둘 것을 권고한다.
제주도관광협회는 행사장 내 관광 불편 신고센터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관광사업체를 대상으로 친절 교육도 진행한다. 제주 지역 해수욕장 이용 요금 역시 안정화를 위해 해수욕장 운영 계획 수립 등을 미리 준비한다. 개선 방안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가성비 높은 제주 관광 만들기’ 민관협의체도 출범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여행객들에게 더 큰 만족과 감동을 선사하는 새 패러다임을 민관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다”며 “협의체로 발굴한 아이디어가 제주 관광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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