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1.24 15:44:20
작품은 제작비만 100억 원이 투입된 창작극이다. 한국 영화 최초 천만 영화인 ‘실미도’를 비롯해 ‘국화꽃 향기’, ‘공공의 적 2’ 등의 시나리오를 쓴 김희재 작가의 첫 뮤지컬 대본이다. 우리의 삶이 누군가의 헌신으로 지탱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감동이 작품에 녹아 있다.
일제 강점기,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 유일형은 남몰래 후방에서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어느 날, 일형이 상해에서 주최한 파티에 위험에 처한 독립운동가 베로니카와 소년 노아가 뛰어 들어온다. 일본군 중좌 야스오가 두 사람을 쫓아오지만 일형의 재치 있는 대응으로 두 사람은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총독부와 통화하는 일형을 친일파라고 생각한 베로니카는 그와 다투고 나가버리고, 잠복해 있던 야스오가 그녀를 죽인다.
베로니카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일형. “안전한 곳에서 돈 몇 푼으로 죄책감을 벗어나고자 한다”는 베로니카의 말이 가슴에 남은 그는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OSS요원으로 조선에 제약사를 설립한 그는 총독부 곤도의 신임을 얻어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동시에 일본의 비밀 정보를 캐내는 활동을 펼친다. 그의 곁에는 친구이자 파트너 만용과 현명한 중국인 약혼녀 메리, 그리고 그를 뒤쫓는 야스오가 있다. 일도 사랑도 독립운동도,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고 믿었던 순간, 죽은 베로니카의 환영이 나타나 그를 괴롭힌다.
이 극은 유한양행의 설립자 故 유일한 박사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창작극이다. 일제 강점기 1945년,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OSS(미국 CIA 전신)의 ‘냅코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애국심 강한 한국인 요원 19명을 투입해 일본의 기밀을 수집하고, 거점을 확보하려던 작전. 하지만 일본이 항복하면서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냅코 프로젝트는 유일한 박사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흐른 뒤 세상에 알려졌다.
극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이야기는 박진감 넘치고 LED무대 역시 배우들의 열연과 18인조 오케스트라의 음악으로 풍성하다. 액션은 물론 뮤지컬 배경이 되는 1930~40년대 스윙 음악과 댄스, 그리고 애잔한 선율과 비장미 만점의 음악이 극의 한 축이다. 독립운동가, 그들에게는 대의와 애국심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우정, 사랑, 가족 역시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소중한 것이었다. 이런 극의 전개가 우리에게 큰 감동과 진한 여운을 전해준다. 연출자 김태형은 프레스콜에서 연출방향성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독립운동가들이 쿨하고 섹시해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고. 극은 이 말을 증명한다.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올댓스토리, ㈜컴퍼니 연작]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65호 설합본호(25.1.28~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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