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한계 탓 경쟁력 하락 포스코·두산 성공 사례처럼 전문성 있는 경영진에 맡겨 항공우주 산업 혁신 나서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3사의 통합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IMF 이후인 2000년대 초 KAI 대주주 3사가 각 기업의 구조조정과 재무 악화 등으로 지분을 매각하면서 불가피하게 산업은행이 지분을 인수하며 공기업이 됐다.
2006년 KAI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구조조정 실패 등으로 대주주 3사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포기하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정부는 추가 자본 확충과 KAI의 항공기 수출 등을 고려해 IMF 이후 수많은 부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여력이 없는 산업은행 대신 수출입은행으로 KAI 지분 약 25%를 이전했다.
수출입은행은 항공기 수출에 유리한 점 외에는 대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시키는 역할에는 미흡했다. 결국 KAI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경영 능력과 무관한 사장, 임원진이 임명되면서 항공산업의 전문성은 떨어지고 사업 연속성과 기업 혁신에 대한 책임감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았다.
공기업 KAI로서는 치열한 국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한 과감한 기술 개발 투자 및 적극적 연구개발(R&D)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떨어지는 비전문가의 인사가 계속될 경우 기업 가치 제고보다 보수적인 경영으로 안정화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항상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방위산업 업체로선 치명적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책임경영과 지속적인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KAI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의 공기업들이 민영화된 이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한 경우가 많다. 특히 포스코, 두산중공업, 현대로템 등은 민영화 이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 사례다. KAI가 책임과 신념을 갖고 항공우주산업을 이끌어갈 새 주인을 만난다면 또 다른 차원의 고도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KAI와 같은 공기업을 세계적인 항공·우주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한국 무기 수출이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다양한 방산 제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금이 KAI의 민영화를 통해 국가와 기업 모두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적기로 보인다. KAI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도 KAI 지분 매각 대금으로 자산 효율성을 높이고 동시에 재무 건전성이 강화된다면 수출금융 지원 확대 등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민영화된 KAI가 기업 성장에 사활을 걸고 경영 효율화와 기술 혁신, 신사업 발굴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한다면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은 한 차원 높은 도약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으로 항공우주산업 추세가 정부 주도의 '올드스페이스(Old Space)' 시대에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항공우주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독립적인 우주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2024년 5월 항공우주청까지 설립했다. KAI 민영화는 항공우주산업 전체의 구조적 도약과 새로운 우주 시대를 열어갈 전환점이 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