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져." "잠시 시간을 갖자." 이런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 짧은 한마디는 마치 시간을 멈춘 듯한 정적을 만들고, 때로는 이별과 마주하게 만든다. 떠난 사랑 5명 중 1명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어쩌면 인생과 우정, 사랑 모두 '구독'인지 모른다. 언제든지 이어지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해지될 수도 있는 구독과 사랑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아마존은 구독 멤버십의 롤모델인 아마존 프라임으로 유통업계의 정상이 됐다. 국내 네이버와 쿠팡 또한 이를 벤치마킹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의 연간 구독료가 119달러일 때 구독자는 약 784달러의 가치를 얻는다. 구독료의 6배가 넘는 혜택이다.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큰 혜택을 주는 대신 구독자가 비구독자보다 평균 4.6배 많은 금액을 지출해 매출 증가 효과를 누린다. 반면 구독자의 40%는 연간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하지만, 비구독자는 8%만 이 정도의 금액을 지출한다. 결국 구독자가 비구독자보다 약 5배 정도 더 많은 돈을 쓰는 셈이다.
신임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시절 국내 구독 멤버십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경험이 있다. 이제 그 경험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구독 서비스 정책과 멤버십 모델로 확장되길 기대한다. 그래야 강제 구독의 시대에 구독경제가 대기업을 넘어 중소상공인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자 희망이 될 수 있다.
사랑도 구독과 비슷하다. 상대방에게 베풀고 사랑을 표현할수록 더 큰 행복과 기쁨이 돌아온다. 베풂과 사랑은 결국 자신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구독 서비스의 무료 체험 후 유료 전환율은 약 33~46%다. 마음을 열고 베풀면 10명 중 3~5명은 나에게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오래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 맥킨지에 따르면 구독자의 55%만 장기 약정을 고려하며 나머지 45%는 6개월 이내에 해지한다. 우리의 연애 기간과도 절묘하게 겹친다. 그러나 이별이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다. 미국 구독 관리 기업인 리컬리에 따르면 실제 구독자의 20%는 해지 후 다시 가입한다. 그래서 기업이나 개인 모두 만남보다 잘 헤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연인이나 친구 관계에서도 이별의 전조처럼 잠시 거리를 두는 시간이 찾아오곤 한다. 구독경제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일시 정지' 옵션이 있으면 가입자의 25%는 해지 대신 일시 정지를 선택한다. 해지 대신 잠시 멈춘다는 건 언젠가 다시 돌아올 마음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여유와 잠시 멀어질 수 있는 여백이 있어야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설령 헤어진다 해도, 기업도 사람도 관계가 끝날 때는 서운함보다 진심 어린 감사가 먼저다. 영원히 만나지 않을 것 같아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법이다.
소비자의 20%는 구독을 해지한 뒤 다시 돌아온다. 헤어짐이나 해지는 반드시 영원한 작별은 아니다. 구독경제와 인간관계의 진짜 경쟁력은 떠난 사람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진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