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인공지능(AI) 인재 육성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고 선언한 것은 당연한 선택으로 적극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나라 같은 인재 중심의 산업 발전 국가에서 AI는 그만큼 미래 산업 발전의 강력한 도구이자 그 자체가 목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AI 인재 육성은 국가 산업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AI 인재 육성의 목표와 위계, 실행 주체에 관한 실증적 검토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을 뒤따라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과 경쟁할 만한 독자적인 원천기술 개발이 필요한지, 아니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응용 분야를 선택해 육성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소버린 AI 개발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생성형 AI 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피지컬 AI 등과 같은 특정 응용 분야 육성에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과 경쟁할 만한 수준까지 AI 독자 모델을 개발하려면 예상한 100조원보다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전에 신중하고도 많은 논의가 이뤄지리라 기대한다.
두 번째는 AI 인재 육성의 위계에 관련된 문제다. AI 산업에도 초급·중급·고급 개발자가 있다. 그런데 AI 분야야말로 한 명의 인재가 1000명, 1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전형적인 분야다. 최고의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재원을 전국 대학원 컴퓨터 전공자 다수에게 나줘주기보다는 10개 대학원을 선정해 고급 인재에게 집중 투자하는 것이 우리와 같은 후발 주자에게는 더 나은 전략이라고 본다. 다만 정부가 일부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해 초급·중급 인재들을 육성하려 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업은 AI 개발보다는 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교육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조금 늦어지더라도 정부에서 AI 인재 개발의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전문가들에게 광범위하게 의견 수렴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AI 인재 양성은 보편 교육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초중고에서는 컴퓨팅적 사고, AI 리터러시, 기본 코딩, 기초 알고리즘의 이해 등을 가르치고, 대학에서는 누구나 AI 활용 교육을 이수하도록 교과과정이 재구성돼야 한다. AI는 과학기술의 영역만이 아니며, 인간 삶의 총체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AI가 오늘은 기술의 문제지만 내일은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AI는 인문학이다'는 석학들의 주장이 전혀 궤변이라고 볼 수 없다.
AI에 인문사회적 관점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우리 삶을 옥죄는 괴물을 만들어 가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현재는 AI가 산업 분야와 연계돼 기술 개발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AI에 관한 보편 교육과 전문 교육의 연계성과 위계성을 고려한다면 향후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인재 육성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성급한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으로 일부 혼란이 있었지만, 체계적이고도 균형 잡힌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