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고령화·출산율 붕괴 최악 1인당 소득도 정체 늪 빠져 가장 빠르게 무너지는 나라 출산 장려금은 미봉책 그쳐 새 지도자 근본해법 제시를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이 이제는 전례 없이 빠른 인구 감소 속도로 다시 한번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성장했나"를 배우려는 나라들이 이제 "어떻게 이렇게 빨리 무너지나"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은 고령화와 출산율 붕괴라는 이중 충격을 가장 먼저 겪고 있는 실험장이 됐다. 성장은 멈췄고, 부양 부담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나라가 돼버렸다. 성장의 모범 국가에서 반면교사의 사례로 바뀐 것이다.
IMF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가 4만달러를 돌파하는 시점은 2029년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2년이나 늦춰진 것이다. 2014년 3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11년째 제자리다.
문제는 단순한 성장 정체에 그치지 않는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1인당 소득도 오르지 않고 있다. 분모가 줄어들면 산수상 1인당 소득은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인구 감소라는 '수학적 이득' 덕분에 '1인당 소득'이라도 그나마 괜찮게 성장했다는 착시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인구가 줄면 경제 규모(GDP)도 함께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GDP 감소 속도가 인구 감소보다 느리거나 경제가 소폭이라도 성장하면 1인당 소득은 오른다. 분모인 인구가 줄어드는데, 분자인 GDP의 성장이 심각하게 부진하다는 뜻이다. 성장 둔화는 인구 감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본질적으로 약화됐다는 경고 신호다.
최근의 성장률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실질 GDP 성장률은 '-0.2%→0.1%→0.1%→-0.2%'를 기록했다. 대형 경제위기 때조차 없던 저성장 쇼크다. 1년 내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는 점은, 한국 경제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 부진에 빠졌다는 것을 뜻한다.
인구 구조 악화는 성장 정체를 더욱 가속화한다. 한국은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속도 모두 세계 최악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1960년 5.95명에서 2021년 0.81명으로 약 86% 감소했다. 전 세계 217개국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이며, 세계 평균(2.3명)이나 OECD 평균(1.58명)과도 격차가 크다.
인구 구조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에서 초고령사회(20%)로 넘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7년에 불과했다. 일본은 10년, 미국은 15년, 독일은 36년, 영국은 50년이 걸렸다. 한국은 노동가능인구가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나라다. 부양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1인당 소득 정체는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쇠퇴 신호다. 성장이 멈추고 미래는 불투명해지면서 생활 수준은 낮아지고 인구도 줄어든다. 청년들이 왜 이 땅에서 아이를 가지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 역시 구조적 문제로 돌아온다. 고용 불안, 주거비 급등, 불확실한 미래가 출산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인구 감소는 저성장을 부르고, 저성장은 다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키운다. 악순환이다. 단순한 출산장려금으로는 이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다. 안 하고 있을 뿐이다.
대선 국면에서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지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인구소멸 트렌드를 전환시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1인당 소득이 다시 오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