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백악관 근처 문 연 '네즈클럽' 美 격변기에 고급정보 수요 늘며 베선트 등 주요 인사 찾는 핫플로 G7서 정상외교 첫발 내딛는 李 '그들만의 정보' 파악 중요해져
미국 워싱턴DC H스트리트의 '네즈 클럽(Ned's Club)'은 요즘 가장 '핫한' 사교 클럽으로 통한다.
클럽 루프톱에선 바로 맞은편에 재무부, 대각선으로 백악관이 내려다보인다. 뒤편에는 워싱턴 모뉴먼트가 배경처럼 우뚝 서 있다. 도시에서 미국의 권력과 부(富)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가장 잘 보이는 최고의 스폿인 셈이다. 이곳 회원들은 벌써부터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의 불꽃놀이를 기다린다는 전언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이곳은 루프톱을 포함해 건물 3개 층을 쓰고 있다. 루프톱에는 아시안 레스토랑이 있어 가벼운 식사가 가능하고, 10층에 있는 라이브러리 바에서는 낮 시간 동안 업무를 보고 저녁 시간에는 주류를 즐길 수 있다. 바 양옆으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스테이크 하우스가 있다. 9층에는 행사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비회원이라 하더라도 회원과 함께라면 입장이 가능하다.
다만 1층에서 스마트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식사 중에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가능하지만 전화 통화는 금지된다. 동석한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가 있는데, 이때 일과 관련된 대화를 나눠서는 안 된다. 다만 다른 엄격한 클럽에 비해 복장에 대한 제한은 크지 않다. 넥타이 착용이 의무는 아니다.
네즈 클럽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핵심 인사들이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이 때문인지 지난 2월 문을 연 지 넉 달여 만에 이곳의 회원은 1500명을 넘었다. 클럽에 가입하려는 대기자만 12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기자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회원 수를 늘린다는 소식도 있다. 신규 회원은 당연히 기존 회원의 추천과 위원회의 심사를 거친다.
워싱턴DC의 소매 경기가 좋지 않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사교 클럽만큼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백악관 '가상화폐 차르' 데이비드 색스와 함께 사교 클럽을 열기로 했을 정도로 미국의 정치 중심지인 이곳에서 사교 클럽에 대한 수요는 달아오르고 있다.
사교 클럽은 문자 그대로는 '회원제 클럽(Membership Club)'으로 지칭된다. 우리말로 사교 클럽이라는 표현을 쓰면 약간의 퇴폐적 느낌이 묻어날 때가 있지만, 이곳의 클럽들은 그보다는 '닫힌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일을 하는 조금은 업무적인 느낌이 강하다. 방해받고 싶지 않고, 남들 눈을 의식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클럽에 가입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클럽에 가입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불안할수록 무리에 속하기를 원한다.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이너 서클'의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으로 워싱턴DC의 사교 클럽 특수를 설명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네즈 클럽을 포함해 이곳에서 성업 중인 4곳의 클럽을 소개하며 "혼란스러운 시기 도시의 엘리트층이 서로 다른 진영으로 분열되는 현상을 반영한다"고 짚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진국들의 사교 클럽'으로 불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전 세계가 경제·안보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는 시기에 한국 정상이 6개월여 만에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거는 것만으로도 환영할 일이다. 이곳에서 이너 서클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도 성과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