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26 18:07:04
코인런에 자본유출 가능성 우려 “민간 코인 확산 땐 통화정책 무력화”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이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 등 금융안정과 경제 전반에 다양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은은 25일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발표하며 스테이블코인 확산 시 대규모 상환 요구(코인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 회사는 법정 화폐와 연동된다는 약속을 보증하기 위해 미 국채 등을 사들인다. 그런데 코인 보유자들이 대거 달러로 바꾸려 하는 경우 국채를 팔아야 하고, 국채 대량 매도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예금보험이나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처럼 코인런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미비해 시장 불신에 더 취약하다. 블록체인 관련 제도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탓에 기술적 오류가 발생하거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한국과 같이 비기축통화국에서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사려는 수요가 커지면 해외로 국내 자본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한은 보고서는 지적했다. 달러 코인을 사기 위해선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바꾼 달러로 코인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은이 아닌 민간 주도 스테이블 코인이 확산하면 한은이 수행하는 통화정책 효과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같은 우려를 드러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BIS는 오는 29일 발간 예정인 연례보고서 초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 화폐의 역할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규제가 없어 금융 안정성과 통화 주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불안을 막으려면 각국 중앙은행이 중앙은행 준비금과 상업은행 예금, 정부 채권을 통합한 토큰화된 ‘통합 원장’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를 결제의 핵심 수단으로 유지하며 전 세계의 통화·채권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일단 중앙은행이 동전·지폐 대신 발행하는 코인인 디지털화폐(CBDC)를 활성화하고 그 범위를 차차 넓히자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해도 금융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 중심으로 해보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