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패션뷰티유통 CEO 포럼 大성황 이두진 메디쿼터스 대표 강연 日 현지화 전략·성공비결 공유 1020 인구층 한국보다 견고 패션·미용에 지갑 적극 열어 매장서 코디·뷰티 체험 중시
지난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올해 상반기 매일경제 패션·뷰티·유통 최고경영자(CEO) 포럼이 개최됐다. 맨 앞줄 왼쪽부터 김익태 BYN블랙야크 사장,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이두진 메디쿼터스 대표, 장승준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 박이라 OVLR 대표, 김유미 제이에스티나 대표, 김순원 메디힐 대표. 김호영 기자
"일본 뷰티 시장에서 K뷰티의 비중은 2023년 6%에 불과하지만 2028년에는 14%까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입니다. 크고 가깝고 안정적인 일본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두진 메디쿼터스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패션·뷰티·유통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포럼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장승준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 이병만 코스맥스 사장, 박이라 OVLR 대표,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김유미 제이에스티나 대표 등 관련 업계 CEO와 임직원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패션·뷰티기업들이 현지의 젊은 소비자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로, '일본 MZ세대를 사로잡은 마케팅 공식'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두진 대표가 2016년 설립한 메디쿼터스는 '마하그리드·더바넷·나이스고스트클럽·드로우핏' 등 패션 브랜드 15개와 '아닐로·메디247' 등 뷰티 브랜드 4개, '바르닭'이라는 식품·음료(F&B)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일본 패션 커머스 플랫폼 '누구(NUGU)'를 론칭해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지 인플루언서들과 활발히 협업하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20대 여성 사용자가 많다.
지난 2월에는 일본 온라인 패션·뷰티 플랫폼인 '샵리스트'를 인수해 일본 내 사업 규모를 키웠다. 작년 매출액 2280억원 중 해외 매출이 64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일본에서 발생했다.
이 대표는 K패션·뷰티기업들이 일본 진출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 이유로 총 네 가지를 들었다. 일본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크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며, 한국 문화에 호감도가 높고, 물리적으로도 가까워 사업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패션(116조원) 뷰티(40조원) 시장 규모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매우 크다. 또 일본이 저출생 고령화를 겪고 있다지만 1억2000만명이 넘는 방대한 인구층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유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10~29세 연령층은 약 438만명인 반면 일본은 887만명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는 한국보다 일본의 10·20대 젊은층이 훨씬 견고하다. 더구나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시기가 한국에 비해 빨라 패션과 미용에 적극적으로 돈을 쓴다.
해당 연령층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무척 높다. K팝을 위시해 한류 콘텐츠를 적극 소비하며 K뷰티와 K패션에 대한 관심이나 선호가 상당하다. 이 대표는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소비자 조사기관 '시부야 트렌드 리서치'가 최근 현지 고등학생을 상대로 가장 좋아하는 뷰티 브랜드를 물어본 결과 한국의 '퓌'와 '클리오'가 1·2등을 차지했다. '롬앤'도 디올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선호 브랜드 국적을 한정하지 않았는데도 K뷰티가 일제히 상위권에 자리하며 높은 호감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일본 젊은층에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이 대표는 오프라인 진입을 첫손에 꼽았다. 이 대표는 "일본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역 인근 도심 쇼핑몰 등 오프라인부터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화 마케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일본 젊은층은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운데서도 '엑스(X·옛 트위터)'를 가장 즐겨 사용하는데, 사용자 수 기준으로 세계 2위일 정도다. 이 대표는 "상품이나 서비스, 브랜드에 대해 생생한 피드백을 얻을 창구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또 일본인들은 상품 설명과 상세 정보를 매우 중요시 여겨 꼼꼼히 살펴보기 때문에 최대한 자세하고 빼곡하게 표시하라고 조언했다. 자국 문화와 관련된 콘텐츠에 관심이 높고 호응도 좋아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활용할 것을 권했다. 이 대표는 "메디쿼터스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현지에서 직접 고용에 나서기보다는 현지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전했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김순원 메디힐 대표는 "일본은 고객 접점에서 함께 호흡해야 하는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강연을 듣고 확신을 얻었다"며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현지에서 (강연 내용을) 체험해보고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이라 OVLR 대표는 "일본 진출에 관심이 많은데 구체적인 마케팅 방법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며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일본 시장을 개척해본 경험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