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05 17:29:44
‘하이퍼카’ 부가티 타이어 테스트 글로벌 톱 노리는 한국타이어 ‘시론’에 시제작 타이어 장착 1500마력에도 환상적 코너링 2011년 포르쉐 공급 따내고 2022년 프리미엄 타이어 맞춤설계 “이미 기술성능은 톱 브랜드 수준”
충남 태안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행시험장 고속주회로, 시속 250km 이상 속도의 주행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이 시험장에는 럭셔리 ‘끝판왕’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부가티의 ‘시론’이 시속 270km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16기통 엔진 1500마력이라는 일반 자동차에게는 기대할 수조차 없는 괴물 같은 성능을 갖춘 시론이 장착한 타이어 옆면에는 한국타이어 상호명이 각인돼있다. 현장에서 만난 연구원은 “후륜 폭 325mm의 타이어는 프리미엄급 차량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규격이라 양산형 제품은 없다”면서 “부가티 급의 하이퍼카 브랜드에도 타이어를 공급할 수 있게 하자는 목표로 타이어를 시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신형 타이어 개발에는 코너링, 제동력, 연비효율, 승차감 등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력이 집약된다.
연구진과 동승해 주행해본 차량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를 2.3초만에 달성하는 엄청난 성능에도 시속 270km의 직진 속도를 안정감 있게 견뎌냈다.
백미는 코너링 성능이다. 한국테크노링에 마련된 ‘젖은노면 핸들링’ 서킷에는 급격한 ‘헤어핀 코너(머리핀 끝부분처럼 U자형으로 휘어진 코너)’가 다수 마련돼있다. 최고시속이 시속 350km에 이르는 시론은 젖은 노면에도 미끌림 없이 코너를 돌아나갔다. 코너를 돌 때 타이어가 미끌리면서 나는 ‘스키드음’도 귀기울여 들어야 들릴 정도로 적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타이어사들에게 프리미엄 완성차 신차용 타이어 공급은 꿈에 가까운 목표였다. 당시 타이어 업계는 프랑스의 미쉐린, 일본의 브릿지스톤, 독일의 콘티넨탈 등 전통의 자동차 강국 회사들이 움켜쥐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타이어사들 중 가장 먼저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을 뚫기 위해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시작한 게 한국타이어다. 타이어사 매출에서 신차용 타이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로, 대부분의 매출은 타이어 교체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교체용 타이어 매출을 높이려면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 필수적이다. 결국 ‘어느 브랜드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느냐’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2011년 포르쉐에 처음으로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한 한국타이어는 2022년에는 아예 고성능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타겟팅한 주행시험장을 만들기로 했다. 탄생한 게 한국테크노링이다.
한국테크노링은 설계부터 시속 250km 이상의 속도로 1km를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포르쉐의 요구사항을 맞춰 고속주회로를 구성했다. 길이 뿐 만이 아니다. 해당 속도에서 차선 두 개 반 만큼의 공간을 좌우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포르쉐의 조건에 맞춰 총 4개의 차선으로 구성된 거대한 고속주회로를 설계해냈다. 한국테크노링은 고속주회로를 포함해 13개의 코스에서 총 50대의 차량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다. 축구장 125개와 맞먹는 부지 면적과 코스 규모는 아시아 최대다.
한국테크노링과 함께 글로벌 톱 티어에 진입한 한국타이어는 이제 포르쉐를 넘어 람보르기니, 페라리, 부가티 등 ‘슈퍼카’ 영역 브랜드로의 미래형 신차 타이어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임재헌 한국타이어 성능평가담당 상무는 “이미 람보르기니 차량용 타이어는 선행개발을 진행 중이고 페라리 차량용 타이어도 설계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성능 측면에서는 현재 이들 차량에 타이어를 공급 중인 브랜드의 수준에 다다른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테크노링은 양산형 차량 뿐만 아니라 각종 극한·가혹 주행이 많은 모터스포츠 경기용 차량 타이어 테스트의 무대이기도 하다. 전기차 버전 ‘F1’인 ‘포뮬러E’ 대회용 타이어의 테스트를 이 곳에서 진행한다. 국내 모터스포츠 행사인 CJ 슈퍼레이스 참가팀인 ‘한국 컴피티션 모터스포츠 팀’은 한국테크노링에서 아예 연습주행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포르쉐에서도 718 박스터 등 고성능 차량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우디 RS6 아반트, BMW M5, 메르세데스 벤츠 AMG GT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슈퍼카급’ 성능을 내세워 출시한 차량 들에는 한국타이어 제품이 끼워진다. 임 상무는 “이왕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만큼 부가티 차량 신차용 타이어 공급까지 달성할 준비도 돼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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