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05 10:29:27
현대무벡스 청라R&D센터 르포 자체 디자인·설계 역량 갖춰 고객사 요구 맞춘 로봇 제작 360도 이동로봇이 2t 짐 옮겨 타이어 운반도 로봇팔이 척척 153조 스마트물류 시장 개척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현대무벡스 연구개발(R&D)센터. 축구장 절반가량 넓이인 약 3000㎡ 규모 센터 내부에선 물류 로봇들이 실제 공장처럼 배치돼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현대무벡스의 물류 자동화 장비가 공장·물류센터 같은 현장에 투입되기 전 검수를 거치는 공간이다.
스마트 물류 전문기업 현대무벡스는 공장·물류센터 자동화 시스템 설계·제작·시공·유지보수를 모두 책임지는 토털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2차전지 부문 스마트 물류 사업에 진출해 북미권을 중심으로 굵직한 수주에 성공하면서 2년 연속 연간 수주 4000억원을 돌파했다.
자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설계 역량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영호 현대무벡스 R&D본부장은 “하드웨어 제작은 외부 OEM(주문자위탁생산)을 활용하지만 장비 디자인과 설계, 제어 소프트웨어 개발 등 설계 과정은 100% 자체 역량으로 이뤄진다”며 “마치 미국 애플 본사가 설계한 아이폰을 중국 공장에서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센터 한가운데에는 미국 테네시주 한국타이어 공장에 수출할 무인운반차(AGV) 78대 중 일부 제품이 짐을 옮기고 있었다. 90도 각도로만 이동 가능한 다른 제품과 달리 360도 전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최신형 로봇청소기와 비슷한 움직임을 연상하면 된다. 그 덕분에 좁은 공간에서도 최대 2t에 달하는 짐을 자유자재로 운반할 수 있다. 여기에 3분이면 교체 가능한 교체형 배터리 도입으로 작업 중단 시간을 최소화했다.
눈길을 끈 것은 시스템 오류 시 현장 인력이 AGV를 직접 조종할 때 쓰는 컨트롤러였다. 문태현 개발1팀 매니저는 “미국 핵잠수함 잠망경 제어용으로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4000만원이 넘는 조이스틱을 썼는데 고장나면 대응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자 엑스박스(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게임 콘솔) 컨트롤러를 도입했다”며 “전 세계 어디든 전자상가만 있으면 부품을 구하기 쉬운 표준화된 컨트롤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현대무벡스는 타이어, 가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산업에 특화된 ‘갠트리 로봇’을 공급 중이다. 갠트리 로봇이란 천장이나 프레임에 설치돼 축을 따라 직선으로 움직이며 물건을 옮기는 산업용 로봇이다.
정재우 개발3팀 매니저는 “최근 국내 한 제조 대기업의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물류 자동화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며 “기본 모델에서 물건을 집는 어태치먼트(집게 부분)만 바꾸면 고객사에 맞춰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2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스마트 물류 시스템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인터랙트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물류 자동화 시장 규모는 1064억달러(약 15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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