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쇼핑의 메카'로 떠오르기 이전인 2018년. 인쇄소, 정비소, 구두 공장이 즐비했던 이 골목에 특이한 문구점 하나가 문을 열었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열풍을 타고 고급 필기구와 감성적인 공간으로 어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성수동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이곳의 이름은 '포인트오브뷰(Point of View)'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재원 아틀리에 에크리튜 대표(사진)는 어릴 적부터 문구점 사장을 꿈꿨다고 한다. 김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어릴 때 동네 문구점에서 새 지우개나 펜 하나를 사도 너무 기뻤던 기억이 있다"며 "문구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설렘을 어른이 된 지금도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포인트오브뷰는 단순히 예쁜 문구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삶을 창의적으로 가꾸는 방식을 제안하는 장소"라며 "문구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창작의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가 포인트오브뷰를 연 배경에는 성수동이라는 동네에 대한 애정도 컸다. 김 대표는 포인트오브뷰를 열기 앞서 2013년 성수동에 '자그마치'라는 카페를 연 것을 시작으로 '오르에르', 과자가게 등을 통해 다양한 공간 실험을 해왔다.
2018년엔 '오르에르' 2층에 60㎡(18평) 남짓한 공간에서 포인트오브뷰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자꾸 소품을 어디에서 샀냐고 묻더라. 그것들을 갖다놓으면 팔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포인트오브뷰는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와 손잡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문구 페어 '인벤타리오'를 개최했다. 국내외 프리미엄 문구 브랜드 69개를 한데 모은 전시로, 닷새간 2만5000여 명이 방문해 큰 관심을 끌었다. 한정 발매된 협업 상품 3종 중 일부는 1시간 만에 품절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김 대표는 "이번 문구 페어를 통해 단순히 브랜드를 키우는 것을 넘어 문구업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직접 문구를 디깅(진짜 의미나 본질을 찾아가는 것)하고, 빈티지 연필이나 만년필을 덕질하며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