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02 21:42:30
현대차, 90여일 재고 판매 가능 도요타·혼다·닛산 등에 앞서 현지생산은 경쟁사보다 낮아 불리 HMGMA 가동시 美브랜드 앞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완성차 품목별 관세가 장기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버티기’에 돌입했다. 대부분 업체가 6월 초까지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당장의 성패는 미국시장 재고일수와 현지생산비율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시장에서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완성차들의 미국 시장 평균 재고 일수는 70일 정도다. 이 중 현대차의 재고일수는 94일로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현지 업체들과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면 가장 긴 재고일수다.
차량 재고는 가격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5월 말이나 6월 초까지 현재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재고일수가 2개월을 넘지 못할 경우 업체들은 관세 인상분을 비용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
미국 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에서 계산한 현대차의 재고일수는 94일로, 자료가 작성된 3월 중순을 기준으로 해도 6월 말까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경쟁사인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32일과 46일로 현대차보다 재고일수가 낮다.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 역시 74일에 그쳤다. 다만 기아의 재고일수가 62일로 평균에 다소 못 미친다.
하지만 ‘현대차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가동 전까지는 현대차그룹의 현지생산비율이 낮아 가격 경쟁에서 일본 완성차들에 다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고를 많이 쌓지 않아도 현지 생산 물량이 많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미국 조사업체 Wards 등에 따르면 3월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생산비율은 각각 39.6%와 44.5%다. GM(63.6%), 포드(99.3%) 등 미국 브랜드들보다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도요타(54.3%), 혼다(72%), 닛산(56.9%)에도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수치다. 다만 폭스바겐 그룹은 미국 현지생산비율도 24%로 낮은 편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HMGMA 가동률이 100%를 달성할 경우 미국 생산 비중이 71.1%로 늘어난다. 현지 업체인 GM보다도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하지만 HMGMA를 100% 가동률로 끌어올리는 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당장 재고 등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오래갈 포지션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현대차그룹과 달리 독일과 일본 업체들은 현재 공장 가동률이 낮아 마음만 먹으면 당장 현지 생산을 늘릴 수 있다”면서 “특히 현대차는 부품 상당수를 국내 계열사에서 수입해 공급받는 만큼 재고가 바닥나고 진짜 가격 경쟁에 돌입할 경우 경쟁사들에 비해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경쟁력 약화는 현대차에 치명적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판매 차종을 고수익 위주로 전환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는 가격 경쟁력이 주요 강점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경쟁사 대비 긴 재고일수로 확보한 대응책 마련 기회를 효과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3월 미국시장 평균 판매 가격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그룹 차량은 평균 3만8100달러(약 5400만원)에 팔린다. 미국 현지 업체인 포드(5만4000달러), GM(5만1000달러)에 비해 월등히 낮은 가격이다.
아우디와 렉서스를 각각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폭스바겐그룹의 평균 판매가격은 5만5000달러, 도요타그룹은 4만5000달러가 평균 판매 가격으로 측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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