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4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선제적 소비 영향도 컸다. 관세의 진짜 영향은 미국 내 차량 재고가 바닥나는 6월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2일 현대자동차그룹은 4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가 총 16만2615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작년 동월 대비 16.3% 증가했다. 현대차가 18.5% 증가한 8만7810대를, 기아가 13.8% 늘어난 7만4805대를 팔았다. 4월 기준 현대차그룹 역대 최다 판매다.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내 판매가격을 올리기 전에 차량을 구입하려는 미국 소비자들 수요가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행하고 있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당장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미국 내 재고 차량을 전과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관세발 가격 상승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앞당겨 자동차 구매에 나서면서 자동차 업체들의 4월 미국 판매량이 늘었지만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GM·포드·도요타의 4월 매출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 16%,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언제까지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1일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4월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4월 대비 19.6% 하락했다. 관세 문제로 수출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가 "오는 6월 2일까지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것은 거꾸로 이후부터는 언제라도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 폭은 경쟁 업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경쟁 업체들에 비해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만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히며 최대한 인상 시기를 늦추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재고 상황, 미국 내 생산량 등을 비교해볼 때 업체별로 관세 인상 시기가 조금씩 차이 나겠지만 큰 차이는 아닐 것"이라며 "6월 이후 미국 차량 소비가 꺾이면서 자동차 시장에 불황이 찾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폴 제이컵슨 제너럴모터스(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관세 여파로 올해 40억~50억달러(약 5조7000억~7조1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한국GM에서의 수입 및 기타 비용이 관세 비용 추정치 가운데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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