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02 16:33:28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2분기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양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79조1405억원, 영업이익 6조6853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가 10.1%, 1.2% 증가했다.
1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5조1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메모리 매출은 19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23조원) 대비 17%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41.9%, 영업이익은 157.8% 상승했다.
이번 실적은 당초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실적 전망 평균)는 매출 17조2803억원, 영업이익 6조5929억원이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DS 부문은 물론 전체 사업을 포함한 전사 영업이익도 2분기 연속 추월하게 됐다.
특히 올해 1분기 D램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매출 기준 점유율 36%로 사상 첫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34%로 2위로 밀렸다. 지난 1992년 이후 32년 만의 왕좌 교체다.
판을 뒤집은 건 HBM(고대역폭 메모리)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에 HBM3·HBM3E를 독점 공급하며 시장을 선점한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70%의 점유율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의 공급 지연과 품질 인증 문제로 시장 대응이 늦었다.
다만 삼성전자는 2분기 이후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 핵심 전략은 ‘커스텀 HBM’이다. 커스텀 HBM은 고객사 요구에 맞춰 성능, 전력, 기능을 맞춤형으로 설계한 고대역폭 메모리로, 기존 HBM보다 AI·고성능 컴퓨팅(HPC)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커스텀 HBM4와 HBM4E 기반 제품을 복수의 글로벌 고객사와 공동 개발 중이며 일부 과제는 2026년부터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3E는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며 “HBM 판매량은 1분기에 저점을 찍고 이후 매 분기 계단식 회복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분기는 고객사 부품 재고 정상화와 AI수요가 지속되며 메모리 시장 펀더멘탈이 견조할 것”이라며 “다만 주요국 관세 정책 변화, AI향 반도체 수출 통제로 하반기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HBM 시장이 ‘양보다 질’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고성능·고부가가치 HBM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2분기 이후 삼성의 HBM3E 공급 확대와 커스텀 HBM 전략이 실적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은 이제 단순 생산량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고객의 요구에 맞는 고성능·고효율 제품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SK하이닉스가 품질과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삼성전자도 커스텀 HBM 등 차별화 전략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추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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