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01 19:40:34
현대百 올 성장세 무려 35% 신세계·롯데百도 20% 훌쩍 흔한 명품백보다 희소성 크고 금값 폭등에 재테크 수요도 유통업계 브랜드 확보 사활
과거 백화점 명품 매출을 견인했던 ‘가방’과 패션의 인기가 시들고 고가 시계와 주얼리가 명품 매출 주력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명품백이 대중화되면서 ‘희소성’과 ‘상징성’을 추구하는 수요가 고가 시계·주얼리로 옮겨가면서다.
소비 침체에도 불구하고 럭셔리 시계·주얼리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세다. 백화점 업계는 불황 속 확실한 고객층을 VIP 고객들로 점찍고 명품 시계·주얼리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롯데백화점 명품 분야 매출이 총 5% 증가한 가운데, 시계와 주얼리는 무려 20% 신장했다. 가방과 패션 매출이 주춤한 사이 ‘하이엔드 액세서리’ 매출이 늘면서 전체 명품 매출을 견인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럭셔리 주얼리·시계 성장세가 27.1%에 달했다. 명품 전체 성장률(8.4%)의 3배 이상이다.
럭셔리 주얼리·시계의 성장세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23년만 해도 5%대 성장률이었던 럭셔리 주얼리·시계는 지난해 23%, 올해(1월 1일~4월 29일) 35%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 소득 향상으로 ‘명품백’이 대중화되면서 희소성과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는 수요가 고가 하이엔드 액세서리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때 여행을 못 가니까 사람들이 명품 가방을 엄청 샀다. 이제는 너무 흔해져서 고가 시계와 주얼리가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명품 시계와 주얼리는 ‘한정판매’로 희소성을 지켜 재테크 가치가 높은 점도 인기 원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주얼리·시계는 과거 혼수·예물 수요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금값 상승으로 인한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경기 불황 속 중산층은 지갑을 닫지만 고액자산가 등 VIP 고객의 수요는 견조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악화하긴 했지만 백화점 VIP 고객들의 구매력은 여전하다. 그들이 남들과 차별된 아이템을 찾다보니 하이 주얼리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커지다 보니 럭셔리 주얼리·시계가 백화점 매출을 좌우하는 주력 상품군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럭셔리 주얼리·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1~2월) 19%로, 2019년(8%) 대비 두 배 이상 커졌다.
자연스레 백화점 업계는 명품 주얼리·시계 브랜드 다양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계 박람회에는 신세계·현대백화점 고위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악셀 뒤마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가 패션쇼를 개최했지만, 국내 백화점 CEO들의 관심은 스위스 시계박람회에 있었다. 롤렉스,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등 60여 개의 명품 시계 브랜드가 참가한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였다. 시계 브랜드 확대가 절실한 백화점 업계는 유명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치열한 영업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명 시계 브랜드는 각 지역에 매장을 딱 한 곳만 낸다”면서 “신세계와 현대는 광주에 출점을 앞두고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를 위해 치열한 물밑작전을 벌였을 것”이라고 했다.
백화점 업계는 지방 등 비효율 점포는 축소하는 추세지만, 거점 지역에는 시계와 주얼리 브랜드를 입점하고 대대적 리뉴얼을 통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패션과 의류는 온라인 구매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명품 주얼리는 직접 매장에 들러 제품을 보고 착용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2월 본점에 ‘오메가’를 오픈했다. 3월에는 본점에 ‘반클리프아펠’ ‘그라프’ 등을, 잠실 에비뉴엘에는 ‘브레게’를 새롭게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리뉴얼을 통해 신관 2층에 명품과 럭셔리 주얼리 매장을 확대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인 ‘포멜라토’와 ‘메시카’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명품 주얼리 브랜드를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7월에는 더현대 서울에 ‘반클리프 아펠’ 매장을 낼 계획이다.
갤러리아는올해 상반기 서울 명품관에 스위스 명품 시계 ‘모저앤씨’와 독일 보석 브랜드 ‘벨렌도르프’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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