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01 17:02:05
겉은 비닐하우스 속은 AI 기술 갤럭시탭 하나로 농장 제어 전기요금 40% 절감 효과 열과 피해 줄고 수확 늘어 삼성, 농업용 IoT 본격화
“이 열매가 신라호텔 ‘애망빙(애플망고빙수)’에 들어가는 망고입니다.”
지난 30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리 애플망고 농장 ‘양지물’에서 농장주 현재휘 사장이 탐스럽게 익은 망고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4월 말임에도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26도를 웃돌았고 비닐 천장 아래엔 붉으스름한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한 알에 3만원이 넘는 애플망고는 제주산 망고 중에서도 최고급 과일로 통한다. 당도, 육질, 외형까지 삼박자를 갖춘 고품질 망고를 키우려면 정밀한 온·습도 관리가 필수다.
이 농장은 바로 그 ‘애망빙’에 납품되는 고급 망고를 재배하는 곳이다.
이곳에 삼성전자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 ‘스마트싱스 프로’가 적용됐다고 해서, 처음엔 유리온실이나 과학 실험실 같은 풍경을 떠올렸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농장은 흔한 비닐하우스였다. 밖에서 보이는 건 달라진 게 없지만, 그 안에는 온도·습도·에너지 제어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첨단 시스템이 숨겨져 있었다. 겉으론 평범했지만, 내부에선 조용한 혁신이 진행되고 있던 셈이다.
양지물 애플망고 농장은 가정이나 사무 공간에 도입되던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프로를 농업 현장에 확장한 대표 사례다. AI가 농장의 온도·습도·기기 상태 등을 실시간 감지하고, 사용자 설정이나 기상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을 조절하는 스마트팜 통합 제어 시스템의 본보기인 셈이다.
현 사장이 운영하는 농장은 제주에만 여섯 곳, 전체 면적은 6200평에 이른다. 기존 농가에서는 하우스 하나하나를 수동으로 관리해야 했다. 특히 애플망고는 아열대 작물이라 생육 조건에 민감해, 기후 관리에 더욱 많은 손이 가는 품종이다.
현재휘 사장은 “예전엔 날씨 예보를 매일 챙겨 보며 하우스를 열고 닫고, 난방기를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가동하고 끄는 게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농장 내 총 92대의 실내기, 23대의 실외기를 ‘스마트싱스 프로’로 통합 관리한다. ‘맵 뷰(Map View)’ 기능을 실행하면 여섯 농장 구역의 기온·습도·에어컨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기 이상이 생기면 알람이 즉시 뜨고, 일조량 변화에 따라 시간대별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 갤럭시탭 하나로 모든 하우스를 제어할수 있게 된 것이다.
농민들이 가장 먼저 느낀 변화이자 특히 반기는 점은 ‘전기요금 절감’이다.
지난해 11월, 현 사장은 기존 열풍기를 삼성 시스템에어컨 ‘DVM S2’로 교체했다. 올해 3월까지 약 4개월간 전기요금 절감 효과는 5000만 원 이상이었다. 기존 대비 전기요금이 40% 줄어든 셈이다.
이 같은 절감 효과는 스마트싱스 프로의 에너지 최적화 기능 덕분이다.
스마트싱스 프로는 ▲AI 쾌적 제어 ▲AI 절약 모드 ▲AI 예냉·예열 ▲에너지 비효율 감지 ▲요금제 대응 제어 ▲고효율 운전 제어 등 6가지 절감 기능을 갖춰, 에너지를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조율해 준다.
현 사장은 “난방기 교체와 스마트싱스 설치에 제법 비용이 들었지만, 절감 추이를 보면 2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VM S2는 AI 기반으로 냉·난방 패턴과 외부 환경을 학습해 효율적으로 운전한다. 열교환 효율을 높인 대용량 장치와 공기역학 구조를 적용한 팬을 통해 소비전력은 줄이고 풍량은 늘어났다.
기후위기와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농가에 AI 자동화 기반 스마트팜은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제주에서는 폭염으로 열매가 터지는 ‘열과’ 피해가 심해지면서, 10년 넘게 레드향 농사를 이어오던 농가들마저 재배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24년 레드향의 평균 열과 발생률은 38.4%로 전년 대비 12.7%p 상승했다. 열 개 중 네 개꼴로 열매가 터져 판매할수 없게된 것이다.
현 사장은 “이전엔 기후 이변 앞에 속수무책이었지만, 지금은 AI가 실시간으로 대응해준다”며 “하늘 보고 기도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체계적 품질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망고 수확량은 증가 추세다. AI 기반 제어로 생육 단계별 온도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수확 시기가 빨라졌고, 열과 피해는 줄었다.
스마트싱스 프로 도입 이후 수확량과 품질이 눈에 띄게 개선된 양지물 농장은 농업 분야에서 스마트싱스 프로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싱스 프로의 적용 범위를 주거·상업 공간을 넘어 농업 현장 전반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남궁주 삼성전자 B2B통합오퍼링센터 그룹장은 “지금까지 우리 농가에는 네덜란드 등 외산 스마트팜 장비가 주로 사용돼 왔지만 이제는 삼성이 직접 개발한, 국산 시스템으로 작물을 기를수 있게 된것”이라며 “스마트싱스 프로를 농업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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