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R&D투자액 사상 최대 고부가제품으로 수익성 개선 "HBM 판매 계단식 회복 기대" AI 서버용 메모리도 확대 스마트폰·가전 고급화 초점 美 관세리스크 대응 위해 일부 생산공장 이동도 고려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는 1분기가 저점이다. 매 분기에 회복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79조1405억원이라는 역대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6조6853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작년 1분기 14.1%에서 이번 분기 8.5%로 하락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이 1조100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경쟁사들이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 따라 삼성전자가 일정 부분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저사양 인공지능(AI) 가속기인 H20용 HBM을 공급했는데, 해당 가속기는 중국 수출용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제품 개선과 주요 고객사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우선 DS부문 메모리사업부는 HBM3E 12단 제품을 개선해 주요 빅테크 고객사를 확보하고 고용량 AI 서버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고수익 제품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핵심은 HBM3E와 HBM4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0일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에 HBM3E 개선 제품의 샘플을 공급했다"면서 "2분기부터 판매 고객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부사장은 "HBM4는 고객사 과제 일정에 맞춰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고 HBM4와 HBM4E 기반의 맞춤형 제품도 복수의 고객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과제는 표준형 HBM4와 함께 2026년부터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맞춤형과 표준형 모두 속도를 내겠다는 메시지다.
삼성전자는 중국발 '딥시크' 확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AI 수요 증가에 대응해 범용 고용량 메모리 판매를 늘리는 전략에 나선다.
128GB 이상 고용량 DDR5 메모리 판매를 확대하고 10.7Gbps 속도의 빠르고 전력 소비가 적은 LPDDR5X 제품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같은 기기 안에 AI 기능이 탑재되는 것이 널리 확산되는 흐름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낸드플래시는 생산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모두 확보하고자 236단 구조인 8세대 V낸드로 공정을 빠른 속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사업부는 2㎚(1㎚=10억분의 1m) 공정 기반 칩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11월께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엑시노스 2600'이 해당 칩을 기반으로 설계되는 만큼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가 사활을 걸고 있다는 평가다. 2㎚ 칩이 양품 비율인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갤럭시 S26 모델에 탑재되면서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주요 고객사의 최고급 제품에 시스템반도체(SoC)를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2억화소급 고해상도 이미지 센서에 대한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2억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 S24 울트라, 샤오미 15 울트라, 비보 X200 울트라 등이다. 지금까지는 메인 카메라인 광각 렌즈에 주로 적용됐지만 올해부터는 망원 카메라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 TV, 생활가전을 비롯한 세트 완제품 사업 역시 고부가가치 제품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구체적으로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갤럭시 S25 엣지 같은 고급형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하고,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AI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여 실적 개선을 추진한다. 생활가전사업부도 비스포크 AI 신제품과 에어컨 성수기 수요 확대를 중심으로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대해서도 대응 방안을 공개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부 제품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지를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걸친 생산거점과 고객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관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는 임원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침도 발표했다. 박 CFO는 "임원 성과급의 주식 보상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주가와 실적을 연계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며 장기적 성과 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번 자사주 보상은 올해부터 초과이익성과급(OPI)에 처음으로 적용됐으며 앞으로는 장기성과인센티브(LTI) 일부에도 자사주 보상이 포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