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 눈도장 찍으러 … 재계, 지하 4층 오픈런

트럼프 장남 눈도장 찍으러 … 재계, 지하 4층 오픈런

최초입력 2025.04.30 17:40:20
철통 보안 속에서 릴레이 면담
한화3형제와 태양광 협력 의논
CJ 이재현·롯데 신유열 참여
대한항공 조원태·LS 구자은
트럼프 주니어와 美사업 논의
네이버 이해진·KB 양종희 눈길

트럼프 주니어가 재계 총수들과 릴레이 일대일 면담을 가진 조선 팰리스 호텔은 30일 '지하 4층 주차장 도장 보수 공사' 현수막을 지하 3층에 내걸고 취재진 차량 진입을 통제했다(오른쪽 사진). 왼쪽은 이날 취재진이 지하 1층 로비에 모여 총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이승환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호텔 지하 주차장 4층. 30일 오전부터 재계 총수들을 태운 차량들이 하나둘 오가며 마치 '007 작전'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전날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이른 아침부터 재계 총수들과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릴레이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면서다. 취재진 상당수가 로비 입구와 호텔 객실로 연결되는 지하 1~3층 주차장에 진을 쳤지만, 이들은 지하 4층에서 은밀히 내려 트럼프 주니어와의 면담이 예정된 건물 내 보안 구역으로 신속히 진입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화그룹 3세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 3형제였다. 이날 오전 8시께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필두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면담 장소인 보안 구역에서 약 45분간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다. 이후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이 인근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주문해 나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이날 트럼프 주니어와 만나 조선·태양광 사업 등 정책 협력을 의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

롯데그룹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도 이날 오후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다. 앞서 신 부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사절단과 인도네시아 일정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출장길에서 빠져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기 위해 귀국했다.

신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며 롯데가 힘을 주고 있는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트럼프 주니어와의 개별 면담에 참석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주요 현안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며 7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그는 네이버의 AI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번 만남에서 그는 AI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웹툰 모회사로 미국에 상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 2023년 네이버가 인수한 북미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등 네이버의 미국 사업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이날 트럼프 주니어와 회동해 그룹이 추진하는 대규모 미국 투자와 현지 사업 확대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최근 몇 년간 미국 현지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북미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식품업체 슈완스를 인수해 현재까지 20개 식품 생산기지를 미국에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J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며 "이러한 현황을 공유하면서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기업 셀트리온을 이끄는 서정진 회장도 이날 면담에 참석해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로는 유일하게 트럼프 주니어와 회동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디벨로퍼(부동산 개발회사) 엠디엠그룹을 이끄는 문주현 회장이 이날 오전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엠디엠 측에 따르면 두 사람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미국과 사업 관계가 밀접한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과 구자은 LS 회장도 이날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4월 29일 오후 6시 25분께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했다. 이후 그의 방한을 주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자택으로 이동해 오후 9시부터 2시간가량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균 기자 / 한재범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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