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정용진 회장의 초청에 1박2일 일정으로 한국 찾아 재계, 관세 인하 설득 총력 반도체·車 등 협력 논의도
김포공항 도착한 美 막후실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김포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방한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30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국내 재계 총수들을 릴레이로 만난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8월 정치 콘퍼런스 '빌드업코리아 2024'에 참석하고 8개월 만이며,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했다. 그는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에 머무르며 30일 국내 재계 10~30대 그룹 총수들과 개별 만남을 갖는다. 면담은 1시간 간격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수장들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인한 고충을 트럼프 주니어에게 설명하고 관세 인하의 필요성과 협력 방향에 대해 설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은 그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정 회장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 가교가 되어 달라는 국내 재계의 요청을 트럼프 주니어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하는 재계 총수는 10명 안팎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중 미국 사업이 큰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전자, 철강, 방산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 총수가 다수 현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면담 시간·장소 등을 놓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식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CJ그룹의 이재현 회장, 미국 에너지 사업 확대를 모색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은 면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도 미팅 명단에 포함됐다. 이 의장이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만큼, AI 관련 한미 협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해외 체류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인도네시아·베트남 방문으로 인해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대신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또한 이날 방한한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둘러봐야 해 트럼프 주니어와의 면담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트럼프 주니어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를 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삼성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 현대차의 조지아 전기차 공장 같은 기존 투자 사례를 언급하며 추가 투자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 인하를 미국 투자에 대한 대가로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