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9 16:38:56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로 분리 검토…예산권 대통령실 이관도 거론 민주당 “기재부 힘 과도” …野 “제왕적 대통령제 강화” 반발 역대 정부마다 통합·분리 반복한 기재부 논란 재점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획재정부를 두고 “정부부처의 왕 노릇을 한다”고 지적한 다음날 민주당이 기재부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거나 예산 편성권을 대통령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 뒤 이재명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가 다른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고 문제점에 일부 공감한다”며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바로 다음날인 28일 국회에서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열고 기재부 쪼개기 방안을 논의했다. 박홍근 의원은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권한 또한 과도하게 집중된 기재부”라고 말했고, 김태년 의원은 “기재부의 기능과 역할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면적인 재설계가 절실하다”고 말하는 등 기재부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기재부가 예산 편성 권한을 무기로 부처 위의 부처로 군림하는 ‘공룡부처’라는 비판이다.
또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 건전성’ 기조를 고수해 경기회복을 늦췄다는 비판과, 이재명 후보가 지향하는 확장재정 정책에 기재부가 걸림돌이 됐다는 점도 작용했다. 특히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화폐 확대 등 주요 정책에서 정부 예산 ‘곳간지기’를 자처한 기재부와 잦은 충돌을 빚은 경험도 반영됐다. 지역화폐를 비롯한 이재명 표 확장적 재정정책을 위해서는 예산 기능 장악이 우선인 셈이다.
개편 방향으로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로 옮기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돈을 걷는 기능과 돈을 쓰는 기능을 나눠 서로 견제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또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예산권을 통제하거나 대통령실 내에 기재부와 소통하며 예산 기능을 관리할 수 있는 수석급 자리를 두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태수 경기대 행정학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기재부 예산실은 전형적인 행정 자원을 담당하는 곳인 만큼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나아가 “정책 조정과 예산 기능이 대통령실로 가는 게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이고 정치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국회 기재위원장은 “이미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이제는 ‘곳간 열쇠’까지 대통령이 직접 쥐겠다는 것”이라며 “정부, 국회, 국민 그 누구도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정국에서 막강한 권한을 쥔 기재부 개편 논의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김영삼 정부는 재정과 예산 연계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1994년 재정경제원으로 통합했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재정경제부로 축소하되 산하에 차관급 예산청을 뒀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이를 다시 통합해 지금의 기획재정부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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