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대표 장애인 고용 관련 종합 컨설팅 사내카페 직고용 사업서 출발 총 700종 직무교육 확장 추진
직원이 내려준 원두커피에서는 달콤한 맛이 감돌았다. 정몽구재단이 있는 온드림소사이어티 건물 1층 카페 히즈빈스 명동직영점에서 맛본 이 커피 한 잔에는 원두와 정성이 함께 담겨 있었다. 평범한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보이는 이곳은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다.
히즈빈스를 창업한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공동 대표는 2008년 대학생 때 홍콩 창업경진대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창업했다. 대회에서 만난 중국 예비 창업자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에 충격을 받은 임 대표는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로 눈을 돌렸다. 임 대표는 정신장애인시설에서 봉사하면서 취업이 가장 어렵다는 정신장애인에게 주목하게 됐다. 정신과 전문의 자문 결과 우울증과 조현병 환자 등 정신질환은 유전보다는 호르몬 등 후천적 요인이 98%에 달했다. 약을 먹고 컨디션만 관리하면 정상 생활이 어렵지 않은 터였다.
취업을 원하는 장애인들을 모아 설문조사를 진행하자 희망 직업 1위가 바리스타였다. 당시 드라마 '커피 프린스' 열풍으로 '커피를 만드는 일'에 대한 동경이 컸다. 임 대표가 연 1호점 카페를 모교 한동대가 품었다. 이후 전국 매장은 38개까지 늘었다. 이후 카페는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로스팅 공장과 베이커리 공장을 잇달아 열고 단맛을 강화하는 원두 로스팅 특허까지 받았다. 히즈빈스 컨설팅을 받아 고용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기업이 현재 24개에 달한다. 히즈빈스는 올해 점포 20개를 더 열 예정이다.
현대그룹의 장애인 고용 사내 복지 카페 오픈식.
우리나라에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이 장애인 고용을 포기하는 대신 납부하는 장애인의무고용 범칙금은 연간 1조원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 중 72%가 이 의무를 지키지 못하고 범칙금을 낸다. 히즈빈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설립됐다. 기업은 사내 카페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히즈빈스는 이들을 관리할 직원을 지원한다. 범칙금 낼 돈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사내 카페로 직원 만족도를 올리며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도 실천하니 '일석삼조'다. 현재 직원 수는 히즈빈스 본사 110명과 기업 고용 150명이다. 2017년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지난해 매출 70억원을 올렸다.
히즈빈스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기업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다양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단기 아르바이트, 정직원, 자회사형 지분투자 등 7가지 고용 유형에 카페와 식당 등은 물론 조경업(플랜테리어), 교육업(유니버설 디자인 개발), 웰니스(탕비실 공간정리 매니저) 등 100가지 직군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사내 심리상담사로 직원들 익명성을 보호해주고, 청각장애인은 반품된 상품을 꼼꼼히 검품하는 식이다. 이를 위한 교육센터도 열 예정이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기업과 장애인 직원을 연결하고 교육하는 인사관리(HR) 플랫폼 'HYER'도 개발했다. 장애인 직원 근태와 증상 추이를 관리하는 전용 앱에 이어 매장관리 시스템도 완성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비대면 직군이나 생산성 떨어지는 직군에 장애인을 채용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최대한 직고용을 통해 일상에 함께 어울려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일부 사고로 일반인들 편견이 있지만, 창업 이후 장애인 직원이 사고 낸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카페의 한 장애 직원이 기계공학 전공 실력을 발휘해 그라인더를 수리한 것을 계기로 비장애인을 교육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히즈빈스에서 현재 근무 중인 장애인 직원 158명의 평균 근속기간만 5년이 넘는다. 최장 근무자는 14년에 달한다.
임 대표는 "기업과 장애인 직원을 위한 맞춤형 직무 개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포용적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