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 LNG터미널 르포 미국 주도로 화석연료로 유턴 "친환경에너지로 전환 과도기 브리지연료 수요 크게 늘어" 글로벌 생산·확보 경쟁 치열 9500억 들여 2터미널 증설 중
"친환경 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짝꿍'입니다." 지난 23일 방문한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 제1 LNG터미널. 아파트 약 20층 높이(55.8m)의 LNG탱크 정상에 올라 만난 김명규 광양터미널부 총괄은 친환경 에너지와 LNG의 관계를 '환상의 짝꿍'이라고 표현했다.
김 총괄은 "풍력·태양광처럼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친환경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필요할 때 언제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LNG 저장시설이 필수"라며 "석탄보다 탄소 배출량이 40% 이상 적은 LNG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기에 꼭 필요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인터가 2002년 조성하기 시작해 1조450억원을 쏟아부은 광양 제1 LNG터미널은 지난해 7월 22년여 년 만에 탱크 6기 규모로 준공됐다. 포스코인터는 인접 용지에 총 9500억원을 투자해 추가 부두와 20만㎘급 탱크 2기를 증설하는 광양 제2 LNG터미널도 지난해 착공했다.
LNG는 트럼프 행정부 2.0 시대에 '브리지연료'(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쓰이는 에너지원)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석유·가스 시추를 확대하고, LNG 수출 터미널의 신규 인허가를 재개할 예정이다.
화석연료 시대 유턴으로 LNG 수요가 다시 급증해 각국이 현물계약에서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면 도입 가격은 급격히 상승한다. LNG 저장 터미널을 통해 수요 이상으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뒤 가격 수급에 따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에서 LNG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민간 기업은 포스코인터다. 현재 미얀마, 인도네시아, 호주에서도 육·해상 가스전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선 광양 LNG터미널과 인천 LNG발전소를 운영하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광양 LNG터미널은 기업에 LNG 저장 공간(탱크)을 내어주는 임대업이 주력이다. SK E&S, 에쓰오일 같은 주요 에너지 기업이 고객사다. 기업들이 필요한 LNG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 임대 매출은 연간 1000억원 안팎으로, 영업이익률이 30~40% 수준에 달하는 알짜 사업이다.
공사 중인 7호기 내부에 들어가 체험한 광양 LNG터미널의 규모는 압도적이었다. 탱크 1기가 관중석을 제외한 고척돔 야구장 크기와 맞먹는다. 터미널 사업을 총괄하는 조승룡 광양터미널부 부장은 "7·8호기가 완공되는 2026년 7월을 기점으로 총 133만㎘의 LNG 저장 용량이 확보된다"며 "이는 전 국민이 40일 동안 사용 가능한 난방용 가스 용량"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준공한 5·6호기와 공사 중인 7·8호기에는 포스코가 세계 최초 개발한 극저온용 고망간강을 적용한다. 조 부장은 "기존에 쓰던 일본에서 개발한 9% 니켈강(니켈이 9% 섞인 강철)과 동등한 성능을 가지면서 가성비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광양 LNG터미널은 LNG 선박 시운전 사업도 진행한다. 조선사가 선주에게 배를 인도하기 전에 설비가 정상 작동되는지 LNG를 소량 주입해 검사해주는 서비스다.
이날도 마침 16만5000CBM(큐빅미터·1큐빅미터는 1㎥)급 LNG 운반선이 검사를 위해 정박해 있었다. 선상에서 만난 도크마스터 박종훈 대리는 "소량이라 해도 극한의 저온 상태인 LNG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누출되면 선박에 파손이 일어날 우려가 있어 작업이 조심스럽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신규 수익원으로 'LNG 벙커링' 사업도 준비 중이다. LNG 추진선(LNG를 연료로 삼는 선박)이 해상에 떠 있으면 소형 LNG 벙커링선으로 직접 연료를 공급하는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