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1.24 14:11:50
[똑똑한 장사-26] 인적이 드문 곳에 있던 공장을 중식당으로 개조했다. 그것도 지방 소도시에서. 언뜻 들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편견을 뚫고 운영하던 공장을 식당으로 개조해 지역 핫플로 만든 창업자가 있다.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중식당 이가주방의 이종호 사장(47) 얘기다.
그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참여해 서빙로봇을 도입했다. 도입비용의 70%를 국비로 지원 받았는데 인력난이 심한 중소도시에서 경영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마케팅 효과도 크다. 지방 소도시라 고객들이 신기해하며 반응이 핫하다.
원래 이 사장은 오징어 제조업에 종사했다. 바다에서 생물 오징어를 입찰 받아 마른 오징어와 반건조 오징어를 만드는 가공 공장을 운영했는데 기후 변화로 위기를 맞으면서 부득이하게 업종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사장이 식당 사당으로 변신해서 성공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그는 사업 환경의 변화를 미리 고민하고 대응했다. 평소에도 늘 위기 요인을 점검하던 그는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미래를 위해 외식 경영을 전공했다. 식품 가공업은 제조업이지만 넓게 보면 식당도 식품과 관련된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미래를 위해 대학원을 다녔는데 재학 중에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터졌다. 오징어가 유통되는 곳이 술집이나 일반 식당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식당들의 위축되자 가뜩이나 사업이 힘든데 판매처까지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늘 고민하던 업종 전환을 결단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
그 많은 업종 가운데 이 시장이 가장 힘들다는 중식당을 택한 데는 대학원에서 만난 스승의 영향이 컸다. 중식 국가 조리 기능장이었던 스승은 대한민국에서 200명 정도밖에 없는 기능장이었다. 그래서 중식당 준비와 창업에 1대1 코칭을 받을 수 있었다. 스승의 가르침으로 중식 조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자격증 취득 후 본격적으로 식당 창업을 준비했다.
가장 노력을 들인 것은 벤치마킹이었다. 번성하는 중식당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 했다. 전국의 유명한 중식당을 벤치마킹하면서 창업전략을 짰다. 메뉴 개발에만 6개월이 걸렸다. 창업 준비는 일이 많다. 메뉴개발은 물론이고 매장 선정, 설비 도입, 인테리어, 각종 집기비품 구입,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사업 전환이라 최대한 비용을 절약해야 했다. 매장은 공장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50평 규모 공장을 리모델링할 때 든 비용은 2억원 정도다. 이곳에서 4인석 테이블15개로 출발했다.
인적 드문 공장 자리다 보니 당연히 오픈 후 실적은 좋지 않았다. 근처에 중앙시장이 있었는데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데,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유입되는 정도였다. 오픈 후 2년 간 월 매출액이 1000만~2000만원을 오르내렸다. 서울 같은 대도시였다면 벌써 문을 닫아야 했지만, 지방 소도시라 그나마 경비를 절약하며 버틸 수 있었다. 2년 간 영업 부진이 계속됐지만 이 사장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맛있으면 잘될텐데’라는 생각으로 손님의 피드백을 토대로 레시피를 손봤다. 고객이 원하는 맛을 알고 반영하자 매출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20만원도 겨우 턱걸이하던 점심 매출이 어느 순간 100만~150만원대에 달했다.
껑충 뛴 매출의 비결은 맛이다. 많은 사람들이 컨셉이 중요하다,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음식 맛만으로는 안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맛을 잡지 않고 마케팅에만 투자하면 깨진 독에 물 붓기다. 화려한 비쥬얼과 이슈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진 한 번 찍으면 끝이다. 물론 사진에 찍혀야 홍보가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가서 먹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음식의 퀄리티다. 본질에 대한 만족감이 재방문을 부른다. 이 사장은 그 퀄리티를 위해 노력했다.
대부분의 식재료를 국산으로, 좋은 재료를 쓴다. 가령 짬뽕 맛을 좌우하는 고춧가루를 싼제품을 쓰는 곳이 많지만 이 사장은 강원도 도계에서 직접 말린 태양초를 방앗간에서 빻아서 쓴다. 탕수육 고기도 국내산 등심만 쓴다. 육수를 끓일 때 배추, 양파, 파 등을 듬뿍 넣은 채수를 쓴다. 면도 매장에서 자가제면한다. 이렇게 공들인 대표메뉴인 짬뽕은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한다.
전문식당은 메뉴와 가격 전략이 중요하다. 다양한 방문 동기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가족 외식, 간단한 점심 끼니, 손님 접대, 기념일 등을 고려한 메뉴 설계를 해야 한다. 가장 인기있는 짬뽕은 식사 메뉴다. 특별한 날을 위한 3만~4만원대인 코스 요리도 가성비가 좋아 인기다. 조금 더 특별한 식사를 위한 메뉴가 점심 특선이다. 1인 고객, 단체 고객, 가족고객이 모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특별메뉴다. 2인 이상 주문이 필수인 점심특선은 크림새우나 탕수육에 식사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점심이니 양을 줄이고 대신 평소 먹고 싶은 중식을 식사와 함께 즐길 수 있다. 1인분씩 시킬 수 있는 점심 특선도 있다. 원하는 식사에 탕수육을 세트로 묶은 것이다.
모든 식당 사장들이 그렇지만 이종호 사장도 가장 힘든 게 구인난이다. 특히 강원도 지역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더 심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 게 서빙로봇이다. 마음은 있었지만 로봇 가격이 만만치 않아 고민하던 차에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상점기술보급 사업을 알게 됐다. 2023년에도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다행히 지난해 대상 사업자로 선정돼 서빙로봇 도입 가격의 7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 사장이 도입한 기술은 AI서빙로봇과 호출 시스템이다. 지난해 7월에 기술을 도입했는데 매장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호출시스템이 마음에 든다. 손님이 식사를 한 후 직원이 테이블의 호출 시스템을 눌러놓고 테이블 정리를 하면 그 사이에 로봇이 도착한다. 로봇에 그릇을 얹으면 직원이 무거운 식기를 들고 왔다갔다하지 않아도 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자부담금은 540만원이었다. 서빙로봇에 만족해 앞으로 테이블오더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제 4년차가 된 이가주방. 제조업에서 식당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역 핫플로 잘 자리를 잡았다. 힘든 업종 전환에 성공한 비결은 성실이다 ‘대박은 없다, 성실이 답이다.’ 그가 업종 전환을 하면서 깨달은 진리다.
요즘 신경쓰는 것은 상생이다. 지역에서는 혼자만 잘나가도 안된다. 이웃 상인들과 다 함께 성장해야 한다. 주변 상인들과 교류를 많이 하고 당일 볶은 짜장을 당일에 소비하지 못하면 이웃과 나누기도 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발전도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메뉴 전략이다. 앞으로 홍게짜장과 홍게짬뽕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게 목표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