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1.28 21:00:00
명절 잔소리가 2030 ‘화병’ 유발 우울감, 불면증에 고혈압 이어져
‘잔소리 메뉴판.’
매년 명절 때마다 커뮤니티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키워드다. 명절 연휴에 만나는 가족, 친척들로부터 듣는 단골 잔소리별로 용돈을 책정한 형태다. 예를 들어 ‘돈은 많이 모았어?’라는 말에는 10만원의 가격을 매겼고, ‘애 가질 때 되지 않았니?’ 질문을 하고 싶으면 30만원을 내라는 식이다. 커뮤니티 이용자 사이에선 “젊은 층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런 농담까지 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이 같은 스트레스가 실제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윤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과거 중년 여성들이 주 대상이었던 명절증후군 증상이 최근에는 10~30대 젊은 층에도 흔하게 나타난다”며 “입시와 취업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 결혼 압박과 기타 사회적 문제까지 더해져 명절 전후 연령에 상관없이 ‘화병’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화병은 ‘기(氣)가 막히고 화(火)가 위로 치솟는 증상’이라는 의미다. 표현 못하는 감정이 쌓이면서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나타난다. 주로 답답함과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 두통, 온몸이 쑤시는 증상 등이 나타나며, 우울감, 불면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심하면 만성적인 분노로 고혈압이나 뇌졸중 등 위험한 신체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화병은 보통 분노기, 갈등기, 체념기, 증상기 4단계에 거쳐 발생한다. 분노기는 화를 직면했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르는 시기다. 분노가 치미는 증상이 특징이고 몇 분 혹은 며칠이 지나면 분노기는 끝난다. 갈등기는 분노기를 지나 분노를 해소하는 시기에 나타난다. 고민이 많고 불안하거나 쉽게 놀라는 등 정신적인 증상이 많다. 체념기는 분노를 억제하고 참는 생활을 지속하는 단계다. 감정이 해소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겪으면 우울한 기분에 빠지기 쉽다. 마지막 증상기는 우울한 감정은 물론이고 분노와 불안 증상까지 발현된다.
김윤나 교수는 “화병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화병 환자 중 증상기가 가장 많다고 보고됐다. 화병 증상이 특별한 외상이 없어 가볍게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서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빠른 시일 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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