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준비 중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다. HMGMA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재건 계획에 한국 기업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이 HMGMA 건설에 투입한 금액은 76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1986년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진출한 이후 투자한 금액은 총 205억달러(약 30조원)를 웃돈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에 진출한 협력사를 포함하면 이 금액은 훨씬 더 늘어난다.
신공장 건설은 고용 창출과도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HMGMA에서만 약 850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주변에 차례로 들어서게 될 협력사 공장과 부대시설들까지 계산하면 최소 1만3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준공식을 통해 현대제철의 미국 공장 건립을 약속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미국 남동부 지역에 70억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기 위한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이에 더해 HMGMA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전망이다.
HMGMA는 미국 내 자동차 산업 육성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 시험 생산 중인 HMGMA는 본격 가동 시 친환경 차량을 연간 30만~50만대 생산할 수 있다.
아이오닉5·아이오닉9을 비롯한 전기차는 물론 경우에 따라 하이브리드차량도 유연하게 생산 가능한 설비다. HMGMA가 가동되면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생산량을 합쳐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생산 대수는 연간 110만대로 늘어난다. 이는 2024년 기준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판매량인 170만대의 65%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의 미국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 로보틱스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자율주행 기술과 도심항공교통(UAM)을 위해 미국에 합작사와 법인도 설립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은 현대차그룹에 가장 크고 중요한 시장일 뿐 아니라 그룹의 미래를 위한 잠재적 파트너들이 가장 많은 국가"라며 "경영진이 다른 시장은 다 놓쳐도 미국만은 놓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제조업 활성화에 기여한 점이 많음에도 미국 정계에서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대차그룹이 한국 기업들의 활동을 트럼프 정부에 알리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