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융 바스프 기능성 소재 사업부문 사장 작년말 부산서 열린 국제회의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놓고 이견 대체재도 없는데 줄이기보다 친환경 에너지 활용해 생산하고 재활용 소재 의무 비율 도입을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합의가 부산에서 도출되길 기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이번 협약도 일부 진전을 보였지만, 향후에도 각국 정부와 산업계는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이라는 중대한 목표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마틴 융 바스프 기능성 소재 사업부문 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융 사장은 지난해 말 부산에서 폐막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협상회의(INC-5)'에 바스프그룹 대표자로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2년 만에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이번 INC-5는 소득 없이 막을 내렸다.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감축할지 참여국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그룹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석유를 생산하는 중동국가와 러시아는 생산을 줄이기보다는 환경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융 사장은 "생산 '캡(cap)'을 도입하는 것은 적합한 접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음식용기, 통신기기에서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 등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 안 쓰이는 곳이 없다"며 "아직 플라스틱에 대한 뚜렷한 대체재가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 감축 대신 융 사장은 "플라스틱 재활용과 친환경적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선순환 구조 구축이 생산 감축에 비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요지다.
융 사장은 "'폐기물에 가치를 부여한다(put value to the waste)'는 슬로건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폐기되는 폐플라스틱을 유용하게 재활용해 탄소배출도 줄이고 환경오염도 억제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바스프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화학적 분해한 후 이를 원료로 활용하는 '켐사이클링' 기술을 공정에 도입했다. 융 사장은 "한국바스프는 이미 온산공장에서 폐플라스틱을 기반으로 '울트라미드 시사이클드(Ultramid Ccycled)'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대신 친환경적 생산을 도입한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바스프는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전환을 위해 국내외 기업과도 활발히 협업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 '첨단차 플랫폼(AVP) 본부 기초소재연구센터가 공개한 친환경차 실험 모델 'EV3 스터디카'에도 바스프의 화학적 재활용 및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이 다수 적용됐다. 기존 화석원료 기반 플라스틱 및 철강소재 등을 대체하며 순환경제의 결과물로 만들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융 사장은 "EV3 스터디카 시트 가죽에는 바스프의 바이오 기반 합성피혁이 적용됐다"며 "시트 폼 및 러기지 보드에도 바스프의 지속가능한 솔루션들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대안도 제시됐다. 융 사장은 "유기 폐기물, 작물 또는 식물성 기름 등에서 추출한 신재생 원료를 생산 첫 단계서부터 사용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전력 사용도 바스프가 주안점으로 삼고 있는 영역이다. 바스프에 따르면 전 세계 기능성 소재 사업장의 3분의 1 이상은 이미 친환경 전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융 사장은 친환경적 생산을 위해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의무화 비율을 도입할 것도 제안했다. EU는 신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25%를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폐차재활용규제(ELVR)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에서도 플라스틱 사용 비율을 의무화한다면 석화기업, 소비자들 외에 폐기물 관리 처리 업체들도 함께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인프라가 아직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부가 선제적으로 선순환 제도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한국 석화업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및 '친환경 생산'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가 중요해진 만큼 한국이 가진 높은 R&D 역량이 큰 이점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스프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1위 화학 대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화학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4년 한국에 진출한 이래 여수, 울산 등 8개의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