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한 형 판정논란, 정전…못잊을 세계3쿠션대회”
[당구선수 홍진표 볼리비아 세계선수권 참가기]
LA 등 2군데 경유, 1박2일 비행 산타크루즈 도착
“태극기 달고 대회 참가 영광…내년엔 메달 따고파”
2017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세계3쿠션선수권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이 대회장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각오를 다지는 모습. 왼쪽부터 허정한 선수, 서현민 선수, 조재호 선수, 임윤수 대한당구연맹 학교체육위원장, 홍진표 선수, 최성원 선수, 김행직 선수. (출처=대한당구연맹 페이스북)
지난 6일 오전 6시, 대전역에 도착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두달된 딸(가윤)을 아내와 함께 밤새 돌보느라 두 시간도 채 눈을 못붙였다. 하지만 피곤함 보단 설렘이 더 컸다. 이틀 뒤(8일)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2017 볼리비아 세계3쿠션선수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9시, 인천공항 출국장에 한국 선수단 8명이 집결했다. 단장인 윤수 형님(임윤수 대한당구연맹 학교체육위원장)을 비롯 성원이형(최성원) 재호형(조재호) 정한이형(허정한) 현민이형(서현민) 행직이(김행직) 최영서 대리(대한당구연맹 직원)까지.
다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탓인지 피곤해 보였지만,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세계 최고 권위 3쿠션대회 출전을 앞두었지만, 앞으로 지구 반바퀴나 되는 머나먼 여정을 떠나야 하는 부담도 있어 보였다.
세계3쿠션선수권 개최지인 볼리비아 산타크루즈까지는 비행시간만 20시간 소요된다. 인천공항→미국 LA국제공항(11시간), LA국제공항→ 파나마시티공항(5시간), 파나마시티공항→볼리비아 산타크루즈 공항(4시간) 순이다.
공항마다 체류시간이 3~4시간임을 감안하면 최대 30시간, ‘1박2일’에 걸친 장거리 비행이다. 출국시간은 6일 오후 12시 40분. 3시간 넘는 시간이 선수들에게 주어졌다. 선수들끼리 짝을 지어 면세점을 돌거나 식사를 했고, 몇몇은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 긴 여정의 시작을 대비했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세계3쿠션선수권 32강전을 앞두고 김행직(왼쪽) 홍진표(가운데) 조재호가 아침 식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대한당구연맹 페이스북)
자리에 앉자마자 마음이 탁 놓였다. 다른 선수들에겐 지루할지 모르는 1박 2일 비행이 나는 오히려 반가웠다. 편한 형‧동생과 함께 수다떨고, 영화 보고, 또 육아 때문에 부족했던 잠도 실컷 잘 수 있는 ‘꿀맛’같은 휴식이었다. 잠이 든 줄도 모른 채 깊게 숙면했다. 일어나 시계를 봤다. 도착까지 얼마 남지 남았다. 창밖을 보니 저 멀리 넓게 펼쳐진 LA공항이 눈에 들어왔다.
무려 11시간 넘게 먼 길을 날아왔지만, 날짜는 그대로 6일이었다. 첫번째 경유지 LA공항 체류시간은 4시간. 잠시 공항과 주변을 둘러보던 우리 선수단은 수다에 빠졌다. 볼리비아의 더운 날씨, 대회 상대, 한국의 가족들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공항 밖이 어둑해져갔다. 꽤 오랜 대기 시간임에도 선수들은 차분했다. 해마다 월드컵 대회 출전 차 이집트, 터키, 포르투갈 등 여러 나라를 다녀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탓이리라.
두 번째 경유지인 파나마시티행 비행기에 탑승, 5시간만에 도착했다. 파나마시티 날씨는 따뜻했다. 볼리비아가 가까워지고 있음이 체감됐다. 선수들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조금씩 보였다.
그곳에서 3시간을 더 체류한 다음에 대망의 볼리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확히 4시간 후, 볼리비아의 남부도시 산타크루즈공항에 도착했다. 볼리비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고작 안데스산맥, 고산지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인 티티카카호, 우유니 소금사막 정도였다. 바로 그러한 나라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차를 타고 1시간을 더 가 숙소인 ‘레디슨호텔’에 입성했다. 시계를 보니 현지 시각으로 7일 새벽 5시(한국과 시차 13시간). 6일 아침 일찍 시작한 긴 여정이 이렇게 30여 시간만에 끝났다. 장거리 비행에 지친 선수단은 서둘러 방으로 향했다.
2017 세계3쿠션선수권 개최지인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시내. (홍진표 선수 제공)
첫째는 지금 봐도 아쉬운 정한이형(허정한)과 마민캄(베트남)의 16강전이다. 정한이형이 32:28로 앞선 상황에서 마민캄이 되돌아오기를 시도했다. 이 샷이 이번 대회 ‘뜨거운 감자’였다. 수구가 2쿠션 후 제2적구에 맞은 것처럼 보였지만 심판은 ‘공격성공’을 선언한 것. 비디오판독이나 다른 몇몇 베트남 선수들도 2쿠션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같은 선수로서 무척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두 번째는 ‘경기장 정전사태’다. 11일 32강전 동안뷰(베트남)와의 경기에서 패한 직후, 갑자기 경기장 전원이 나가버렸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선수생활하면서 처음 겪는 경기장 정전사고였다. 패배의 아쉬움 때문에 곧바로 숙소로 귀환, 다른 경기진행 과정까지는 챙겨보지 못했지만,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세 번째는 상상조차 못한 ‘교통체증’이다.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장은 숙소와 불과 차로 20~30분 거리였다. 그닥 먼 거리는 아니지만, 도로가 왕복 1차선인 곳이 많아 출퇴근 시간 전후로 교통체증이 꽤 심했다.
이 외에는 산타크루즈란 곳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인구140만명 안팎으로 대전(150만명)과 비슷한 산타크루즈는 볼리비아에서 가장 큰 도시다. 오래된 도시답게 건물에서 역사가 느껴졌고 날씨가 따뜻해 오랜만에 반팔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무엇보다 숙소 근처에 한식당도 있어 좋았다.
물론 대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우리 선수단은 최고 성적 16강으로 마무리했고, 나는 조별예선을 2위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해 본선 32강에 겨우 합류했다. 한국선수단에 많은 성원을 보내준 당구팬들에게는 성에 안찬 성적임은 물론이다.
개인적으로는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을 절감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이지 않은가. 이처럼 큰 대회에 태극마크 달고 참가했다는 게 개인적으론 영광이고 기뻤다.
2017 볼리비아 세계3쿠션선수권 대회장 입구. (홍진표 선수 제공)
홍진표 대전당구연맹 소속 당구선수. 글:홍진표(당구선수·대전연맹)
정리:이상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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