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유럽과 미국 기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유럽의 경제성장이 정체의 덫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우선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유니콘 기업 수는 지난 1월 기준 미국이 690개(총 기업가치 2조5300억달러)인 데 반해 유럽연합(EU)은 107개(3333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유니콘은 자본주의 혁신의 대표적인 지표로, EU 유니콘 수는 162개(7024억6000만달러)인 중국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설립된 지 50년이 안 된 상장기업 중 기업가치가 100억달러 이상인 기업 수도 미국은 241개(29조5700억달러)인 반면 EU는 14개(4336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유럽은 유니콘 기업 수뿐만 아니라 이 기업들이 상장하거나 업계를 주도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WSJ는 그 이유로 추락하는 노동문화를 꼽았다. 미국에 비해 일하는 시간과 노동생산성이 동시에 줄면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 후반 EU 노동자의 시간당 생산성은 미국 노동자의 9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80% 이하로 떨어졌다.
유럽 노동자들은 미국보다 근로시간도 짧아 경제성장에 추가적인 제약이 되고 있다. 2023년 미국 노동자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 34.6시간인 데 비해 EU 노동자는 30.2시간으로 4.4시간 차이가 났다. 1995년 당시 미국과 EU 노동자의 평균 근무시간 격차가 주 3.5시간이었음을 감안하면 28년 만에 약 1시간 더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EU는 안정성, 직업 보장, 삶의 질을 중시하면서 노동자들이 긴 근무시간이나 과감한 위험 부담을 지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지만 미국이 계속 유럽을 앞지를 수밖에 없다고 WSJ는 전했다.
EU의 경제 규모는 2023년 기준 15조5000억달러로 미국(22조달러) 대비 약 3분의 2에 불과하다. 최근 수년간 경제성장률은 EU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EU의 또 다른 약점으로 30개 넘는 국가가 서로 다른 법과 언어·문화를 갖고 있어 확장이 어렵다는 점이 꼽혔다. 이에 따라 규제도 EU가 더 엄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1인당 정부 지출은 유럽과 미국이 비슷하지만 민간자본 유입이 훨씬 적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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