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주장한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미국은 강달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런 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팟캐스트에 출연해 약달러를 위한 비밀 통화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풍설을 일축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비밀리에 작업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런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강달러에 따른 비용을 지적하며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마러라고 합의'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달러가 미국 경제에 괜찮은지에 대해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해야 할 말로, 나는 그의 이야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강달러는 미국에 좋다. 이는 단순히 수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달러 시스템의 힘과 달러 지배력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무역협상과 통화정책 간 관련성을 묻는 말에 "없다"면서 "베선트 장관이 달러에 대한 정책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그는 미국이 수십 년간 해왔던 것과 같은 달러 정책을 유지 중이라고 명확히 말했다"고 언급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강달러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달 20일부터 사흘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과 양자 회담을 하고 무역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환율은 시장이 정해야 한다는 공통된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여파로 미국 국채시장이 출렁인 후 진행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강달러 정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1985년 일본·프랑스·독일·영국 등과 플라자 합의를 체결해 인위적으로 달러가치를 절하시켜 무역수지 적자를 줄였다.

미런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보다 시장에서 내 보고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해당 문건은 특정 정책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입장은 명확히 밝혀왔다. 달라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베선트 장관이 강달러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미런이 낸 보고서의 존재를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원하는 미국의 요구로 무역 상대국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절상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도 커졌다.

특히 한국 원화와 대만달러 등 아시아 통화가치 상승이 두드러졌다. 특히 한미 양국 외환 당국자들이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대면으로 접촉했다는 외신 보도에 원화값이 출렁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기준선인 100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도하면서 급등한 국채금리가 이날 하락 전환했다. 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0.03%포인트 내린 5.05%를 나타냈다. 10년물 국채금리도 0.04%포인트 하락한 4.54%를 기록했다.

국채금리가 다소 진정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감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가결되면서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가 급증하는 미국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내놨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달리오는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는 채권시장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달리오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6.5%에 달하는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큰 규모"라고 말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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