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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 폭주 후폭풍…美국채 경매시장, 파리만 날렸다

  • 윤원섭
  • 기사입력:2025.05.22 20:33:57
  • 최종수정:2025.05.22 20: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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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는 감세 정책으로 인해 재정 적자 확대 우려가 확산되자 미국을 대표하는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 추락했다.

앞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를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뒤 처음으로 실시된 국채경매는 수요 부진으로 흥행 실패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국채 금리 상승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 만기 국채 경매는 5.047%의 금리에 낙찰됐다. 이는 지난 6개월 평균 낙찰 금리인 4.613%보다 무려 0.434%포인트 높고, 지난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다. 이날 국채 경매에서 응찰률은 2.46배로, 직전 6회 평균 응찰률(2.57배)에 못미쳤다. 그만큼 시장에서 국채 경매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음을 뜻한다.

20년물 국채는 다른 국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지 않지는 않지만 이날 경매 결과는 국채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감세발 재정 적자 확대 우려에 미국 경제 신뢰도의 척도인 국채 금리가 장기물 중심으로 동반 급등했다.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0.125%포인트 뛴 5.094%로 급등했다. 장중 한 때 5.1% 선에 육박하며 지난 2023년 11월 초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0.112%포인트 급등한 4.598%에 마감했다.

미 국채 금리 급등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부터 기업 대출까지 모든 차입 비용의 기준이 돼 매우 민감한 지표다. 증시 변동성도 확대된다. 국채 금리가 치솟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서 3대 주요 지수가 1%대 하락 마감했다.

미국 달러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달러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토머스 사이먼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입찰 결과는 어떻게 봐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미 국채에 대한 매도 압력이 단기간에 뒤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국채 경매에서 수요를 끌어내린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 법안 통과를 위해 공화당 강경파를 압박하고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키운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무디스는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연방정부 부채 증가와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 수입 감소 등을 주요 하향 원인으로 제시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26일부터 의회가 메모리얼데이(현충일) 휴회에 들어가기에 앞서 트럼프 감세안 연장·확대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하나의 아름다운 법안’(메가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에 따라 하원 처리 일정을 진행 중이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KCT)는 메가 법안 초안을 분석한 결과 법안 통과 시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재정 적자를 2조5000억달러(약 3440조원) 이상 증가시킬 것이라고 추산했다.

무디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 정책으로 재정 적자를 확대시키려하자 시장은 철옹성 같은 미국 경제의 지위까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세계 무역 질서를 흔들면서 기축통화인 달러와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신뢰도까지 계속 훼손된다는 관측이다. 6개국 주요 통화 대비 상대적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12일 이후 대체적인 하락세를 보인 끝에 이날까지 2.2%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가 확인된 만큼 한동안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공화당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이 미 의회를 통과할 경우 재정적자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지출을 감축하고 관세 수입을 확대해 세수 감소분을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관세발 인플레이션으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국채 금리를 더욱 밀어올릴 수 있다.

RBC글로벌자산운용의 미국 채권부문 책임자인 안제이 스키바는 “(부채 증가에 따른) 국채의 공급 증가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투자를 유도하려면 텀 프리미엄(장기물에 대한 보상)이 높아져야 한다”며 “재정 적자 전망에 대한 향방이 명확해지기 전가지는 이러한 (금리 상승) 압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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