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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을 매년 국내로 부르는 회사...역대 최대 실적 계속 경신할까 [홍키자의 빅테크]

  • 홍성용
  • 기사입력:2025.05.27 13:57:02
  • 최종수정:2025-05-31 18: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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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프리미어리그는 쿠팡플레이에서 본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가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었습니다.

영광의 순간을 새벽 6시에 라이브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토트넘 홋스퍼의 유로파리그 우승.
토트넘 홋스퍼의 유로파리그 우승.

EPL 다음 시즌부터 한국 팬들은 쿠팡의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에서 EPL 경기를 시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올 여름에는 쿠팡이 2022년부터 시작한 드림매치의 일환으로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을 또다시 한국에 부릅니다.

손흥민 선수부터 매디슨, 솔랑케, 로메로까지 모두 한국에서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토트넘을 만날 기회를 주는 기업 쿠팡에 대해서 좀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의 비결은 ‘신사업 약진’
서울의 한 쿠팡 물류센터.
서울의 한 쿠팡 물류센터.

2025년 1분기, 쿠팡은 매출 79억 달러(약 11조 40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습니다. 역대 분기 최대 기록인데요.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21% 성장한 수치입니다.

총이익은 23억 달러로 2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억5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억 1400만 달러가 증가했습니다.

명품 e커머스인 파페치와 대만에서의 로켓배송 대만 로켓배송 사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호실적을 견인했습니다.

쿠팡은 강점과 약점이 명확한 회사입니다. 강점은 먼저 ‘압도적 물류 인프라’죠.

쿠팡은 한국 전역에 걸쳐 로켓배송 시스템을 구축했거든요. 대규모 물류센터와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최적화, 새벽배송·신선식품 배송까지 가능한 풀필먼트 네트워크를 갖췄습니다.

기존의 유통 관례를 넘어서 직매입 기반으로 유통 경로를 단축해왔죠. 물류센터 확장으로 진입장벽은 높게 쌓았지만, 고정비 부담이 너무나도 컸죠.

쿠팡의 대구 물류센터.
쿠팡의 대구 물류센터.

그래서 초기 몇 년 동안은 적자 기업이라는 비판과 비난에 시달려왔습니다.

현재는요? 쿠팡은 한국에서 ‘따라잡기 어려운 인프라’를 완벽히 구축했고요. 현재는 한국에서 ‘내일 도착’을 완벽하게 해내는 기업으로 안착했습니다.

두 번째 강점은 와우멤버십에 기반한 충성고객입니다.

쿠팡의 유료 회원제 와우 멤버십은 아마존 프라임을 벤치마킹했죠. 올해 1분기 기준, 상품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3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습니다. 이 정도면 노년층과 미성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쿠팡을 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와우 멤버십은 월 7890원(연간 9만4680원)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쿠팡에서 로켓 배송 상품을 주문할 때 배송료가 무료고요. 구매한 상품을 반품할 때 반품 수수료도 무료입니다. 쿠팡플레이의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고, 쿠팡이츠에서 주문 시 배달료가 무료로 제공됩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멤버십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할 때도 2배 가까운 가격인데도 저항이 적었습니다. 일각에서 쿠팡에서의 회원 이탈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활성고객수가 늘고 있죠. 한번 ‘락인’되면 빠져나올 수 없게 돼 있는 겁니다.

수억 건의 주문·배송 데이터를 통해 AI 개인화 추천을 고도화하고, 물류센터의 직매입 재고는 쌓아두는 대신 최적화할 기반이 안정적인 유료구독자에서 나옵니다.

올해 F1 경기를 모두 생중계하는 쿠팡플레이.
올해 F1 경기를 모두 생중계하는 쿠팡플레이.

여기에 신사업을 꾸준히 키우고 있죠.

쿠팡플레이의 K리그, 국가대표 경기, F1, EPL까지 각종 스포츠경기의 중계권을 확보해 OTT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죠.

지난 4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OTT 앱 2위에 쿠팡플레이가 올랐습니다. 월간사용자수(MAU)는 738만명인데, 1341만명으로 1위인 넷플릭스와는 좀 차이가 있지만, 3위 511만명의 티빙과도 격차가 꽤 됩니다.

자료=와이즈앱
자료=와이즈앱

OTT에서 끝나지 않고 토트넘 초청 등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하고 참여는 와우멤버십 회원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충성고객의 충성도를 더 늘리고 있습니다.

지나친 한국 의존도와 규제 문제 등은 ‘약점’
쿠팡 물류센터 내부 전경.
쿠팡 물류센터 내부 전경.

다만 약점도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꼽는 쿠팡의 가장 큰 약점은 한국 시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입니다.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만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에 그칩니다. 물론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의 기반이 대만에서의 로켓배송 확장이긴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처럼 성공할 수 있는 구조가 짜여야 하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 로켓배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구밀도, 주거문화 등 몇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대만을 예로 들면 대만의 인구밀도는 ㎢당 646명으로 한국(515명)보다 높습니다. 인구밀도가 높다는 것은 물류센터를 몇 개 덜 지어도 촘촘히 물류망에 들어온다는 얘기입니다. 즉, 쿠팡의 로켓배송 가능 지역 ‘쿠세권’ 구축이 쉽다는 얘기입니다.

대만의 다안구에 위치한 ‘디바오’ 아파트.
대만의 다안구에 위치한 ‘디바오’ 아파트.

한국처럼 아파트 형태의 주거 문화가 일반화돼 있어야 하기도 하죠.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시에는 아파트가 많습니다.

아파트 문화가 왜 중요하냐면, 배송의 효율성과 곧장 연결되고, 이는 곧 비용의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로켓배송을 서비스하는 배송기사들이 아파트가 아닌 곳에서 물건을 배송한다고 생각해볼까요?

기본 주거 문화가 주택 중심이라면 배송기사들은 한 집 건너 한 집을 차례로 방문해야 합니다. 운전해서 A하우스에 도착한 뒤 차 문을 열고, 물건을 내리고, 차 문을 닫고요. 다시 운전해서 B하우스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물건을 내리고 차 문을 닫는 행위를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형 주거 문화가 보편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차 한 대로 싣고 와서 물건을 모두 수레에 실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부터 물건을 배송하고 내려오면 되는 것이죠.

여러 세대가 있는 복도형 아파트라면 배송의 효율성이 더 커질 것이고요. 더 적은 배송 기사가 더 빠르게 물건을 배송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한국의 주거문화에 갖춰져 있다는 겁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작업자가 프레시백에 상품을 담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작업자가 프레시백에 상품을 담고 있다.

둘째로 물류비용과 고정비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약점입니다.

물류센터 운영비, 인건비, 차량 유지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죠.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발생하면 고정비가 수익성을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택배 단가가 낮고 경쟁이 치열해 마진율을 높이기 어렵기도 하거든요.

한국 정부와 글로벌 시장 모두에서 대형 플랫폼에 대한 규제 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돌발 이슈입니다.

거래공정성 즉 입주업체에 대한 갑질문제, 데이터 독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 강화 등 규제가 갑자기 나타나면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7% 상승 여력 있다”...긍정 평가로 돌아선 월가

쿠팡, 티커명 CPNG은 2021년 미국 뉴욕 증시 IPO 이후에 큰 기대를 받았지만, 이후에는 글로벌 확장 부진과 한국 의존도 등 우려와 함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50달러 안팎에서 상장한 주가가 11달러까지 곤두박질쳤죠.

쿠팡 주가 흐름.
쿠팡 주가 흐름.

그러나 최근 수익성 개선 소식과, 글로벌 확장 기대감에 힘입어 2024년 하반기 주가가 연초 대비 30~40% 상승하며 긍정 모멘텀을 형성했고요. 올해도 연중 23% 상승하며 30달러에 근접한 27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월스트리트 및 국내외 주요 애널리스트 17명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쿠팡의 12개월 평균 목표가는 현재 기준 약 29.27달러입니다. 목표가 최고치는 36달러, 최저치는 22.8달러로 집계돼있습니다. 현재 주가(약 27달러 내외) 대비 평균 약 6~7%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쿠팡의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을 반영해 목표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최근 목표가를 기존 25달러에서 32달러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31~36달러까지 제시하며 낙관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이제 단순한 한국 최강 유통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들 앞에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려면 한국 의존도를 넘어서는 실적과 성장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한국 의존도·고정비 부담·플랫폼 규제라는 약점을 넘어야 진정한 ‘제2의 아마존’이 될 수 있습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테크, 플랫폼,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아래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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