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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타자-> 실패한 감독 추락...이승엽은 스스로 떠났다

  • 김원익
  • 기사입력:2025.06.03 07:20:56
  • 최종수정:2025.06.03 07: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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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이 된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성적 부진에 따른 자진 사퇴 형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두산은 2일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2일 자진 사퇴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이승엽 감독은 ‘국민타자’라는 칭호를 얻고 현역 선수 생활 동안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야구 인생에 영광 밖에 없을 줄 알았던 이승엽 감독의 지도자 1막 커리어는 결국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다 채우지 못한채 자진 사퇴라는 형식의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선택은 이승엽 감독이 스스로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성적 부진에 대한 압박이 커진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재임 기간 팀의 모든 문제의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던 이 감독인만큼 중도사퇴의 결정도 결국엔 자신의 탓으로 갈음했다.

두산 베어스 관계자는 “세 시즌간 팀을 이끌어주신 이승엽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2일 두산 사무실을 찾아 고영섭 대표이사, 김태룡 단장을 차례로 만났고 “성적 부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밝히며 자진 사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3일 경기 전 현재 두산은 올 시즌 58경기서 23승 3무 32패 승률 0.418의 성적으로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다.

시즌 초부터 좀처럼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최근 두산은 최하위인 키움 히어로즈에게 2연패를 당하면서 가을야구 경쟁 팀들과 현실적으로 순위가 더 멀어졌다. 5위 kt 위즈와의 경기 승차가 6.5경기 차 까지 벌어진 가운데, 시즌 끝까지 완주하고 가을야구 진출과 팀 성적에 대해 책임을 다하려고 했던 이 감독도 결국 중도 사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 감독의 후임으로는 3일 잠실 KIA전부터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게 됐다.

사진=김영구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이미 작별의 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사실 두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도 구단 내부에선 이 감독의 재신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의 임기를 끝까지 지키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재임 기간 내내 팬들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

특히 이 감독이 2022년 10월 당시 초대 감독으로는 역대 최고 규모인 최대 규모인 총 18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5억원)에 두산 지휘봉을 잡았고, 현역 시절 KBO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무대서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지도자인 만큼 기대감이 더 컸다. 지휘봉을 잡을 당시 이 감독 또한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밝혔다. 하지만 부임 이후 2023년과 2024년 지난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무릎을 꿇은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2023년에는 5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이후 4위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서 패했고, 2024년에는 4위로 시즌을 마친 이후 5위 KT 위즈에 2연패하면서 탈락했다. 역대 정규시즌 4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순위가 더 낮은 5위 팀에 패해 탈락한 것은 역대 최초의 사례였다. 결국 24시즌 PS가 탈락으로 종료된 직후 에는 이 감독의 경질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팬들의 시위가 있기도 했다.

그의 사정을 아는 한 야구계 관계자는 “이승엽 감독 또한 팬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유에 대해 변명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부족함이나 모자람을 먼저 인정하고 올 시즌 반드시 가을야구 진출 그 이상의 성적을 통해 지난 과오나 부족함을 만회하려 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결국에는 시즌 초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사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이 감독은 그 어느때보다 많은 노력을 쏟고 모든 것을 쇄신해 위기를 새로운 기회이자 도약과 반전의 시기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각오들이 결과로 나타나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고 비판 여론 또한 커지면서 결국 지휘봉을 내려 놓은 모양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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