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더) 분발하겠습니다. 다음 경기에서는 많은 이닝 던지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엄상백(한화 이글스)이 앞으로의 선전을 예고했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KT위즈의 부름을 받은 엄상백은 지난해까지 통산 305경기(764.1이닝)에서 45승 44패 3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4.82를 거둔 우완 사이드암 투수다. 2024시즌에는 29경기(156.2이닝)에 나서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 데뷔 후 한 시즌 개인 최다승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이런 엄상백과 4년 최대 78억 원(계약금 34억 원, 연봉 총액 32억5000만 원, 옵션 11억5000만 원)의 조건에 자유계약(FA)을 체결했다.
하지만 엄상백은 좀처럼 한화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5월 3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전까지 8경기(32.1이닝)에 출전했지만, 1승 4패 평균자책점 6.68에 그쳤다. 최근에는 재정비를 위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활동했으나, 성적표는 2경기(6.2이닝) 출격에 평균자책점 6.75로 좋지 않았다.

다행히 5월 31일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NC를 상대로 5이닝 8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총 투구 수는 83구였으며, 패스트볼(46구)과 체인지업(17구), 슬라이더(17구), 커터(3구)를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km로 측정됐다. 아쉽게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분명 한화의 9-6 승리에 힘을 보탠 엄상백이다.
해당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엄상백은 “그 전보다 공 때리는 느낌이 나아졌다”며 “더 많은 이닝 가고 싶었는데, 감독님, 코치님이 오랜만에 복귀했다고 빼셨다. 아쉽긴 한데 괜찮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부진했던 시기 극심한 스트레스도 받았다고. 그는 “사실 아직 이겨내는 중이다. 늘 하던 것이다. 제가 야구를 엄청나게 잘하는 선수도 아니다. 그렇게 받아들이면서 안 될 때 너무 좌절하지 않으려 한다. 뭐가 문제인지만 생각하려 했다. 큰 우울감은 없다. 어떻게 잘해야 될까를 생각했다. 어쨌든 팀 승리에 도움을 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이어 “FA 계약 첫 해다. 주변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는데, 저도 모르게 그러고 있었다. 그것을 버리려 했다. (김경문) 감독님께서 FA 계약 할 때까지의 인생을 한 번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말씀해 주셔서 초등학교 때부터 돌아봤다. 쭉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쫓기고 있었다. 편하게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퓨처스리그에 있던 시기에는 구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엄상백은 “(퓨처스리그에서) 구위를 회복하려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2군에서 공을 던지니 잘 안 올라오더라. 솔직히 좋은 컨디션에서 던지지는 않았는데, 1군에 올라오니 긴장감이 많이 생겼다. 그때보다는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투구 패턴에도 변화를 줬다. 포심 대신 투심으로 패스트볼을 던졌고, 체인지업 구사 비중을 낮췄다. 그는 “의도한 것은 아닌데, (투심이) 잘 잡히길래 그렇게 던졌다. 체인지업 구사를 줄인 것은 몇 년 동안 체인지업 위주로 피칭 하다 보니 상대 타자들이 분석할 것 같아 변화를 줬다. 오늘은 많이 줄였다”고 설명했다.
코디 폰세(8승 평균자책점 1.94), 라이언 와이스(7승 2패 평균자책점 3.35), 류현진(5승 2패 평균자책점 3.12), 문동주(5승 2패 평균자책점 3.68) 등으로 꾸려진 한화의 선발진은 리그 최강으로 평가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엄상백마저 부활한다면 한화는 큰 힘을 얻게된다.
엄상백은 “(앞으로 더) 분발하겠다. 다음 경기에서는 많은 이닝 던지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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