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요구) 세부 항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공룡군단’ NC 다이노스가 연고지 창원시에 최후 통첩을 보냈다. 연고지 이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진만 NC 대표 이사는 30일 창원NC파크에서 진행된 창원NC파크 재개장 관련 구단 입장 및 향후 대처에 대한 공식 브리핑에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구단의 거취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구단과 주위 환경, 그리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됐고, 더 강한 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단의 역량 강화와 함께,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


이는 창원시 및 창원시설공단의 비협조적이고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다. NC는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구조물이 추락해 한 야구 팬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뒤 한동안 원정 일정 만을 소화했다.
NC는 즉각 창원시, 창원시설공단과 합동대책반을 꾸려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지만, 창원시의 무책임한 행보 및 늑장 대처로 창원NC파크 재개장 일정은 점점 늦춰졌다. 이에 NC는 배려와 협조를 아끼지 않은 울산시와 손잡고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키움 히어로즈(16~18일), 한화 이글스(20~22일)와의 3연전을 가졌다.
마음이 급해진 창원시는 부랴부랴 국토교통부가 지적한 시설물 안전 점검 및 보완 조치를 완료했지만, 이미 NC의 신뢰를 잃어버린 뒤였다.
이 대표 이사는 “야구단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야구를 할 때,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고, 그에 따라 더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게 되며,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지역 사회와 구단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생각한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러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쉽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면서 ”‘제2의 창단’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새로운 가능성들을 검토해 보고 더 많은 팬 분들이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재설정 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시의 졸속 행정이 이어진 결과 NC는 두 달간 홈 경기를 열지 못하면서 천문학적인 피해를 봐야 했다. 구장 광고권 계약 및 식음료 매장 미운영에 따른 손해 보상액이 발생했다. 이 밖에 계속된 원정 생활로 선수단 숙소 비용도 꾸준히 쌓여갔다.

이진만 대표 이사는 “직접적인 금액 손실만 하면 40억 정도 된다. 울산에서 잔여 시즌 다 보냈다 하면 100억 원대를 훌쩍 넘었을 것이다. 이 밖에 간접적으로는 계속된 원정 경기로 선수단 경기력에 영향이 있었다. 그 부분도 아직 공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다 집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창원시가 NC에 실망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NC가 창단될 당시 구장 사용료 면제를 비롯해 구장 네이밍 라이츠, 운영권, 광고권을 넘겨준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걸었지만, 제대로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NC는 한 시의원에게 “지역사회 공헌이 미약하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이 대표 이사는 “구단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자리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디네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사회 기부 활동과 유소년 지원 활동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 구단이 이 지역에서 노력받는 것을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불합리한 대우도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사고를 통해 구단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을 겪었다. 현상 유지는 답이 아니라 판단했다. 개선된 방향성을 진지하게 모색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NC는 창원시에 구체적인 요구 사항도 전달했다. 이진만 대표 이사는 “우리가 앞으로 창원에서 계속 야구할 수 있게 구체적인 부분들을 지원해달라 요청했다. 구단의 손실 부분도 같이 언급돼 있다. 연고지 관련 고민을 함에 있어 창원시에서도 같이 고민을 할 수 있게끔 이런 부분들을 보완해 달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창원시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 사항으로는) 시설 개선 부분이 있다. 팬들의 접근성 향상에 대한 부분, 행정적 지원 부분이 있다. 행정적 지원은 예전 시에서 약속했던 것들을 지켜달라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 세부 항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C의 이번 연고지 이전 선언은 단순히 창원시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행보가 아니다. 연고지 이전 승인권이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도 상당 부분 이야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이사는 “연고지 고민에 대해 KBO는 대안이 있다는 말을 해주셨다. 지금도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는 말을 해주고 있다. 우리는 KBO와 계속 협의할 수 밖에 없다. KBO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창원시에 대한 여론도 싸늘하다. 30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났던 창원 출신 남성 김성배(56)씨는 “내 고향이지만 창원시의 행정이 정말 부끄럽다. NC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간다면 슬프겠지만, 구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창원시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창원시가 응답할 차례다. 일단 창원시는 같은 날 “프로야구 구단은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지역의 중요한 자산이다. 앞으로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도록 구단과 상호 소통·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발표한 상황이다. 과연 창원시는 연고지 이전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NC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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