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제30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본선 대진 추첨식이 진행됐다.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은 매년 예선전에만 300여 명의 프로기사가 도전장을 던지는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특히 GS칼텍스배는 예선전 참가 기사들에게 대국료를 주는 유일한 대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신민준 9단이 우승한 29기 대회까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프로기사는 단 17명뿐일 정도로 당대 최고의 기사만이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매일경제신문과 MBN, 한국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GS칼텍스가 후원하는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의 우승상금은 7000만원이다. 준우승자에게도 3000만원을 수여한다. 생각시간은 시간 누적 방식(피셔 방식)으로 각 30분에 추가 시간 30초로 진행된다.
30번째 대회의 시작을 알린 이날 '초대 챔피언' 유창혁 9단, '5회 우승' 이창호 9단, '2승' 박영훈 9단 등 역대 우승자 12명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1996년 제1회 GS칼텍스배(당시 테크론배)에서 우승한 유창혁 9단은 "어떤 대회든지 30년씩 꾸준하게 후원하고 이어져 오는 것이 쉽지 않다"며 "허동수 명예회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께 감사드린다. 프로기사들이 더 열심히 해서 대회를 열고 후원해주는 분들께 보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돌부처' 이창호 9단은 GS칼텍스배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다섯 차례 우승하며 '신공지능' 신진서 9단과 대회 최다승 공동 1위다. 이창호 9단은 "사실 신진서가 너무 쉽게 내 기록을 넘어설 것 같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내가 신진서를 이겨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 뒤 "내심 내 기록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더 좋은 선수가 나와 더 좋은 기록을 세우는 것이 한국 바둑 발전을 위해서도 좋고, 나도 기쁠 것 같다"고 답했다. 올해 'GS칼텍스배 6승'을 노리는 신진서 9단은 "제가 바둑리그에서도 GS칼텍스팀 멤버다. 그래서 GS칼텍스배에서 우승하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신민준 9단, 박상진 9단, 신진서 9단, 변상일 9단은 지난 2년간 우승·준우승을 차지해 시드를 받았고 예선을 거쳐 올라온 12명의 선수와 만났다. 대진 추첨식에서 한 명씩 숫자를 뽑을 때마다 탄성과 한숨이 섞여 나왔다. 강동윤 9단과 나현 9단이 첫 경기에서 만나고 이어 박상진 9단과 박진솔 9단, 김명훈 9단과 김진휘 7단, 신민준 9단과 김상천 6단, 원성진 9단과 한승주 9단이 만난다. 또 변상일 9단은 이지현 9단, 박정환 9단은 김민석 4단, 끝으로 신진서 9단은 안성준 9단과 8강 진출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올해 30회를 맞은 GS칼텍스배는 더욱 치열한 우승 경쟁을 위해 대회 방식을 바꿨다. 16강 대진 전체에 '패자부활전'을 적용한다. 한번 패해도 우승을 노릴 수 있지만 쉽지는 않다. 16강에서 떨어진 선수가 패자조로 이동해 우승까지 하기 위해서는 1패 뒤 6연승을 거둬야 한다. 승자조 결승 패자는 패자조에서 한 번 더 승부를 펼쳐 결승전에 오를 기회를 잡는다.
끝으로 30주년을 기념하는 이 자리에서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대표이사는 "30년이라는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며 "한국 바둑의 역사이자 바둑인들이 쌓아온 열전과 도전의 역사"라고 말했다. 대회를 후원하는 GS칼텍스의 황성연 홍보부문장은 "GS칼텍스가 30년간 같이 역사를 만들어 왔다"며 "이제 또 더 긴 기간 한국 바둑을 더 응원하고 좋게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예전에 허 명예회장과 장 회장께서 대회를 만들고 항상 시상식에 자리하면서 한국 바둑을 위해 애쓰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지금 한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 싸움을 위해 준비하고 훈련하는 무대가 바로 GS칼텍스배였다"며 의미를 되새겼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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