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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쓰러져가는데 … 유명무실한 민원대응팀

교감 등 기존인력이 겸직
실제로는 거의 작동 안해
민원에 대한 기준도 모호
교사들이 여전히 떠안아

  • 권한울
  • 기사입력:2025.06.02 17:51:50
  • 최종수정:2025-06-02 23: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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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원대응팀은 대체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애초에 어디까지가 '학부모 민원'인지에 대한 합의조차 없어 민원대응팀이 아닌 담당 교사들이 민원에 일일이 대응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민원대응팀 조직이 교감 등 기존 학교 인력이 겸직하는 구조로 만들어진 까닭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 작동할 일조차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달 22일 제주에서 민원에 시달리던 중학교 교사가 사망하며 교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반복되는 악성 민원과 주먹구구식 정부 대책에 지칠 대로 지쳤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A씨는 15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중견 교사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학부모 민원에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한다. 그는 "교사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학생도 있지만, 훈육을 하면 보호자가 아동학대로 신고한다고 협박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면서 "학교 생활에 대한 것도 어디까지가 민원이고 어디까지가 민원이 아닌지에 대한 교사들 합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3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20대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 '교권 보호'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악성 민원 대응 차원에서 민원대응팀 구성·운영은 물론이고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를 상대로 서면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등 조처를 마련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A씨의 증언처럼 민원대응팀 운영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학교별로 교장, 교원, 행정실장, 업무담당자 등으로 민원대응팀을 구성한 상태다. 학부모 민원에 대해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차원에서 민원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전화나 온라인 등 모든 민원을 민원대응팀이 통합 접수한 뒤, 사안에 따라 담당자 또는 학교장이 처리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주 교사 사례처럼 반별로 걸려오는 전화를 담임 교사가 처리하기 일쑤다.

20년 차 초등학교 교사 B씨가 전하는 현실도 비슷하다. B씨는 "민원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면서 "학부모가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걸 교사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면 민원이고, 질문이나 의견 중 하나라고 하면 민원이 아닌 것이냐"고 반문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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