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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주차했더니, 새벽에 “차 빼달라”…아파트 입주민 민원 3건 중 1건은 ‘주차’

  • 조성신
  • 기사입력:2025.06.02 10:21:19
  • 최종수정:2025.06.02 10: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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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시설이 없는 서울의 한 노후아파트에 소방차구역까지 차들이 주차가 되어있다. [이승환 기자]
지하주차시설이 없는 서울의 한 노후아파트에 소방차구역까지 차들이 주차가 되어있다. [이승환 기자]

# 서울시 중구 내 구축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차 빼달란 전화로 밤잠 설치는 일이 많다. 단지 밖에 차를 주차하는 일도 늘었다. 그는 결국 아파트 근처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 B씨와 C씨 부부는 지난해 1월 5일 새벽 12시 40분쯤 구리시의 한 빌라에서 주차 문제를 놓고 아래층에 사는 63살 D씨와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격분해 아랫집에 찾아가 D씨와 딸 38살 E씨를 폭행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아파트에서 가장 많이 접수된 민원은 단연 ‘주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아파트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된 민원 10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주차 관련 민원이 전체의 33%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소음이 20%로 뒤를 이었고 흡연 19%, 승강기 12% 등의 순으로 민원이 많았다.

주차 관련 민원은 주차 공간 부족, 이중주차, 외부 차량 주차 관련 내용이 주를 이뤘다. 주차 민원은 전년도 조사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번 조사에선 전년보다 비중이 4%포인트 증가해 입주민들의 불편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은 지난해보다 민원 비율이 10%포인트 커졌는데 층간소음, 벽간 소음, 인테리어 및 공사 소음이 주된 내용을 차지했다. 최근 몇 년간 공동주택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실제 폭력이나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흡연 민원의 경우 전년 대비 민원 건수가 15%포인트나 급증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실내 흡연 문제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최근 한 아파트단지에서 월 주차비를 최대 41만1000원까지 부과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전국적으로 아파트의 평균 주차대수는 가구당 1.06대에 불과하다. 이렇게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이웃과의 주차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주차갈등, 자칫하면 ‘불법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주차행위 자체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

도로교통법을 보면 보도나 횡단보도, 어린이보호구역, 자전거도로 등에 주차하면 ‘불법주차’가 된다. 경찰이나 공무원이 견인 등 행 정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반면 아파트주차장 등 사유지에 허가 없이 주차하는 ‘무단주차’나, 다른 차를 가로막는 방법으로 주차한 ‘이중주차’의 경우에는 그 자체로 불법행위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차량을,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함부로 밀거나 견인했다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령상 권원 없이 손으로 밀거나 견인하다가 차량이 파손될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급하거나 주차할 공간이 없다고 아무 곳에나 무단주차 또는 이중주차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장시간 차량을 방치하거나, 명백히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한 경우에는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 최근 아파트 출입차단기를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10시간 넘게 차량으로 막아 세운 차주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바 있다.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한 것은 물론,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되어 일반교통방해죄와 업무방해죄가 적용됐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아무 데나 차를 세우거나, 이중주차 차량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건 자칫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조계는 이웃 간의 주차 갈등은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고, 문제가 커지면 경찰이나 관할 관공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고, 법적 분쟁도 피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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