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리스크 여전
현장 인력난도 심각
올해 국내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에도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략 7가지 변수로 이를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1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올해 공공뿐 아니라 민간 건설시장에서도 수급 불안은 여전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해 주목된다.
그 이유로 제시한 것이 바로 7가지다. 우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와 저성장이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4년 3.1%보다 낮은 더 낮은 2.9~3%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저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트럼피즘’ 강화에 따라 글로벌 경제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와 신행정부 인사들은 선거 당시부터 대중국 강경책과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왔고 1기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강력한 동맹국들에 대한 통상 압력이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건산연은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세 지속과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 정책 가속화가 나타날 경우 공급망 재편으로 원자재 수급이 쉽지 않고 생산 비용 역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건설 투자가 감소하는 점이 두 번째 요인이다. 현재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과 상환 부담 증가로 단기적인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 투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2023년 이후의 건설 수주 감소 영향을 받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도 불안정성이 확대한다. 대략 2022년부터 계속 감소한 주택 착공 물량으로 인해 올해 준공 물량은 급감해 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할 전망이다. 청년층과 실수요자 중심의 일부 규제 완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단기적인 정책 추진 효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건산연 분석이다.
건설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 또한 커지고 있는 점이 불안 요소다. 2023년 이후 지속적인 건설 수주 감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공사비 상승 등의 수익성 저하로 인해 건설 기업의 재무 상태는 크게 악화하고 있다.
건설 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3분기 93% 정도로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지속해서 상승함에 따라 원가율이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져 전반적인 경영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건산연은 “사업성 악화로 주택 정비사업 등 주요 건설 사업의 공기가 지연되고 분쟁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미청구 공사액이 증가하고 있어 건설 기업의 유동성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부도 처리된 건설 기업 수는 총 27곳이며 12월까지 더할 경우 30곳에 달한다. 이는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의 ‘건설 공사비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공사비의 현실화에 대한 논의는 올해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주요 공공 공사의 유찰 지속, 공공 분양 주택 공급 감소 등의 영향으로 공사비 현실화 정책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어 올해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 현장 인력난 심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고용보험 가입자 수 현황을 보면 2024년 11월을 기준으로 16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50% 이상 인건비가 상승한 상황이어서 중소 건설 기업의 경우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마지막 이슈는 ‘실용적인 건설 기술 개발’이 될 것이라고 건산연은 강조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도 건설 안전사고가 지속하고 주택 등의 건설 품질 문제가 여전함에 따라 혁신 건설 기술 도입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등 디지털 기술을 건설 생산 과정에서 활용하는 데 관심이 더 커질 전망이다.
김영덕 건산연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건설 기업은 경기 침체에 대응해 재무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술과 인력 등 핵심 경영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