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경험으로 인한 ‘지연성 PTSD’ 퇴역 후에도 보상 추진

제2연평해전 23주년을 맞아 실전 교전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발현되는 지연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전상으로 인정하고 장애보상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군인 재해보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해당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26일 밝혔다.
현행 ‘군인 재해보상법’은 전상 또는 특수직무공상으로 인한 심신장애 판정을 받은 경우, 퇴직하거나 퇴직 후 6개월 이내에 해당 판정을 받아야 장애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연성 PTSD는 외상 직후 즉시 발현되지 않고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후에야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제한 규정은 실질적인 보상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지연성 PTSD는 충격적인 사건의 재경험, 과각성, 불면, 무기력감, 사회기피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해리 현상이나 공황발작, 환청 등 지각 이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증상은 대체로 3개월 이내에 나타나지만,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지연 발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될 위험이 높지만, 현재 제도는 이러한 시간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지연성 PTSD를 전상 또는 특수직무공상으로 쉽게 인정하지 않아, 참전 군인들이 국가유공자로 등록하거나 장애보상을 받는 데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서해수호 참전자(제1연평해전,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를 비롯한 실전 교전 참전 간부들이 전역 이후 지연성 PTSD로 어려움을 겪어도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자들도 마찬가지로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유용원 의원실에 따르면 PTSD 보훈 제도와 관련해 주요 선진국들은 피해자가 직접 입증하는 구조가 아닌, 국가가 먼저 책임지고 입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간단한 서류 제출만으로 국가가 조사관을 파견해 전투 이력과 증상 간 인과관계를 입증해주며, 500명 규모의 파병부대마다 정신건강 전문가를 배치해 조기 진단과 치료에 나선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퇴직 후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전상 또는 특수직무공상으로 인한 지연성 PTSD 판정을 받더라도 장애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 의원은 “전투 중 입은 부상뿐 아니라, 이후 발생한 지연성 PTSD 또한 실질적인 전투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를 위해 싸운 이들이 전역 이후 외상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이번 입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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