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해군은 "오늘(29일) 오후 1시 43분쯤 훈련차 포항기지를 이륙한 해군 해상초계기가 원인 미상의 사유로 오후 1시 49분쯤 기지 인근에서 추락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락 현장 부근에서 시신 4구를 차례로 발견했다. 발견된 시신은 모두 초계기 승무원으로 추정된다. 사고 초계기에는 소령 1명, 대위 1명, 부사관 2명이 타고 있었다.
해군은 최성혁 참모차장 주관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 확인에 나섰고, 해상초계기에 대한 비행중단 조치를 취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살펴보면 사고기는 기지에서 이륙한 이후 비정상적으로 하강했다. 기체가 추락한 지점에서는 산불이 일어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P-3C는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4발 터보프롭 기종이다. 1960년대 초부터 초기형인 P-3A가 생산됐으며, 해군은 성능이 개량된 P-3C를 총 16대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1995년에 P-3C형 8기가 우선 도입됐고, 이후 미군이 예비전력으로 보유 중이던 P-3B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완전 개조한 P-3CK 8대가 추가로 들어왔다.
'잠수함 킬러'로 잘 알려진 해상초계기는 주로 △대잠수함전 △해상감시·정찰 △대함전 △해상 재난 구조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해당 기종은 소노부이(음향탐지부표)와 자기이상탐지기(MAD)를 통해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또 전자광학·적외선 센서와 레이더, 전자전 장비 등 다양한 감시정찰 장비를 갖췄다.
군은 그동안 부족한 수량의 P-3C로 동·서·남해를 정찰해 혹사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군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 역시 해상초계 임무의 '과부하'가 상당 부분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군 안팎에서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해군이 정상적으로 해상초계 임무를 수행하려면 초계기가 최소 32대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해군은 지난해 새 기종인 P-8A 해상초계기 6대를 추가로 도입한 바 있다.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는 P-3C 기종을 100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특히 동해는 서·남해에 비해 수심이 깊고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요국과 가까워 각국의 핵잠수함 등 수중 전략자산들의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넓은 수역을 정찰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 활용 작전의 효율성이 높다. P-3C는 2017년 3월에는 한미연합 해상훈련 도중 나타난 러시아 측 잠수함을 70시간 이상 추적해 결국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해군은 P-3C 도입 10년 차(2005년)와 20년 차(2015년)에 각각 '무사고 10년'과 '무사고 20년'을 달성했다고 알린 바 있다. 그러나 30년 차가 되는 올해 추락 사고가 일어나 무사고 기록이 끊겼다.
한편 군에서는 올해 들어 각 군에서 군용기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전반적인 군 기강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 3월에는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 참여한 KF-16 2대가 경기 포천 민가 지역에 MK-82 항공탄 8발을 잘못 투하해 민가와 차량이 파손되고 민간인과 군인 수십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공군 원주기지 소속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강원 평창 상공에서 야간 모의사격 훈련 도중 기관총 2정과 탄약 500발, 빈 연료통 2개를 떨어뜨리는 사고를 냈다.
[서울 김성훈 기자 / 포항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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